정율성 기념사업 둘러싼 이념 전쟁 시민 피로도 높다

2023년 10월 12일(목) 19:50

광주시가 정율성 기념사업 관련 권고에 대한 입장문을 냈다. 지방자치단체 자치사무이며, 1988년 노태우 정부 때부터 35년간 지속돼온 한중 우호교류 사업으로 위법한 사항이 없다며 국가보훈부의 중단 요구에 거부 의사를 밝혔다. 광주시는 생가 터 복원인 역사공원 완료 시기에 맞춰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지혜롭게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박민식 장관은 서울보훈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6·25전쟁 당시 팔로군 행진곡과 조선인민군 행진곡 등 군가를 작곡했을 뿐만 아니라, 직접 적군으로 남침에 참여해 대한민국 체제를 위협하는데 앞장선 인물이라며 부당성을 지적했다. 앞서 박 장관은 윤석열 대통령이 올해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공산 전체주의’를 언급한 이후 SNS를 통해 정율성 공원을 비판하며 철회를 주장한 바 있다. 강기정 시장도 곧바로 SNS를 통해 반박했지만 보수와 진보 갈등 양상으로 격화돼왔다. 광주에서는 찬성과 반대로 엇갈려 집회·시위가 이어졌다.

정부와 광주시가 정면충돌하고 있다. 수십년 한중 관계의 상징으로 아무런 문제 제기없이 진행된 지방의 문화사업이 국가적으로 이슈화되고 있는 모습이다. 보훈부의 태도는 단호하다.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부인하고 호국영령과 그 유가족의 영예를 훼손하는 것이라며 한 발이라도 물러서지 않을 태세다. 철 지난 이념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 광주는 고립되고 있다.

내년 4월10일 제22대 총선거를 앞두고 있다. 국민의힘은 국정 안정을 위한 과반 의석 확보를 목표로 내걸었고, 더불어민주당은 정권의 독주를 견제해야 한다며 압도적 승리를 호소하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거대 양당이 30%대 지지율에 갇힌 박스권 상황에서 더욱 치열한 격돌이 불가피하게 됐다. 정율성 논란 또한 정치 쟁점으로 활용될 소지가 다분하다고 하겠다. 지금 진행 중인 21대 국회 마지막 국정감사에서도 파상 공세가 예상되고 있다.

정부·여당의 압박은 더 거세질 수 있다. 정율성 기념사업이 정쟁의 도구로 전락하는 듯 싶다. 시민들의 피로감도 높아지고 있다. 깊은 유감을 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