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민미술학교 사발통문 / 주홍 |
| 2023년 10월 12일(목) 19:5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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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 평화를 위해 작업하는 예술가 여러분, 2023세계인권도시포럼이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10월4일부터 5일간 열립니다.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은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를 바다에 버리고 있습니다. ‘기후위기와 인권’을 주제로 김대중컨벤션센터 2층 화해갤러리에서 전시 하려고 합니다. 참여하실 분들은 댓글로 이름을 남겨주세요.”
이 사발통문을 본 작가들이 댓글로 참여 의사를 밝혔다. 갤러리 상황을 고려해서 26명으로 하루 만에 마감했다. 강민구, 고근호, 김수연, 김화순, 김희련, 문재선, 박건, 박미화, 박성우, 박일정, 박태규, 명산, 서진선, 서혜경, 성효숙, 양갑수, 이소담, 이승규, 전상보, 전정호, 전혜옥, 주라영, 주홍, 최수란, 홍성담, 홍성민. 이 예술인들의 자발적인 창작 활동과 힘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돈이 아니면 움직이지 않는 시절이 아닌가! 돈이 곧 신(神), 자본주의 시대에 이 예술가들의 연대는 참으로 놀랍다.
전시 내용이다.
‘인간의 욕망으로 파괴된 지구 생태계는 이제 회복할 시간이 없다. 아마존이 불타고 호주의 산불이 꺼지지 않더니 2023년은 캐나다 산불이 지구를 위협한다. 기후위기는 가속도를 내며 더 뜨거운 지구로 내달리고 있다. 이 위기의 시대에 예술가들이 광주에서 개최하는 세계인권도시포럼 기간에 맞춰 ‘기후위기와 인권’에 대한 전시를 함께 한다. 사회적 위기는 늘 그랬듯이 가난한 계층에게 가혹하다. 기후위기도 마찬가지다. 부자나라에서 버린 쓰레기와 폐기물은 가난한 나라에 쌓이고, 사회적 약자들은 생존을 위협받는다.
이제 생태환경과 기후위기는 생존의 문제가 됐다. 게다가 이웃 나라 일본에서는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하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8월23일 오후 1시부터 방류를 시작했다.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은 생명보다 돈을 선택한 것이다. 물과 공기는 국경이 없다. 이기심과 인간욕망이 불러낸 재앙을 앞에 두고 예술가들은 작품으로 질문한다.
‘현생인류는 지속 가능한가?’
참여 작가들은 전국에서 작품을 들고 모여서 전시장에 설치했다. 문재선 작가는 이 작업을 위해 후쿠시마에 직접 다녀와서 아무 일도 없는 것 같은 그 고요하고 무서운 후쿠시마의 느낌을 영상에 담아왔다. 김대중컨벤션센터 2층 화해갤러리에서 오는 29일까지 전시된다.
2023년 봄과 여름을 지나면서 시민미술학교의 사발통문은 이렇게 작가들을 움직였고, 예술가들뿐만 아니라, 시민들이 목판화 작업에 참여했다.
1980년대, 광주 5월의 진실을 알리기 위해 홍성담을 비롯한 시각매체연구소의 작가들이 시민들과 함께 목판화를 제작했던 ‘시민미술학교’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올해는 광주 전남의 시민들과 목판화를 함께 제작하며 이 시대의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목판화에 시민공동체의 이야기를 상징적으로 담고 제작했다. 아시아목판화연구소는 1980년대 시민미술학교의 목판화 정신과 예술행동을 작업으로 이어가고 있는 곳이다. 목판화작품들이 모였고, 예술가들의 목판화와 시민작가들의 목판화로 2024년 달력을 제작했다. 목판화는 칼로 새기는 수작업의 공력이 들어간다. 모여서 작업하는 과정에서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고 공동체를 살리는 선한 마음들이 자연스럽게 표출되는 것이다.
‘2024 기억과 사랑’이라는 이름의 달력과 판화 원화들은 갤러리생각상자에서 지난 11일까지 전시됐다. 동학혁명의 사발통문은 디지털 네트워크 시대에도 이렇게 작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