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급 구청장 선거의 결과와 함의 / 오수열

2023년 10월 15일(일) 19:00

오수열 조선대 명예교수 / 한국동북아학회 이사장

내년 4월의 총선을 가늠해 볼 수 있는 바로미터가 된다는 점에서 전 국민의 관심을 끌었던 서울 은평구청장 선거에서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진교훈 후보가 여당인 국민의힘 김태우 후보에 17.15% 차이로 압승을 거두었다.

서울특별시의 25개 구(區) 가운데 하나로 인구가 56만 여명인 곳의 구청장선거가 마치 대선(大選)처럼 뜨거운 열기 속에 여·야 모두가 당력을 집중한 가운데 치루어진 경우도 일찍이 찾아 볼 수 없는 일이었다.

선거과정에서 일부 정치평론가들은 이곳 국회의원 3명이 모두 더불어민주당 소속인만큼 야당세가 강한 곳이어서 상대적으로 여당이 불리한 곳이라는 분석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시의원 6명 중 국민의힘이 5명, 민주당이 1명이고, 구의회에서는 국민의힘이 10석, 민주당이 10석, 무소속이 3석이며, 2022년 6월 지방선거에서도 여당후보가 야당후보에게 2.61% 차이로 승리했던 것을 보면 특별히 특정 정당에 유리하거나 불리한 지역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려운 곳이 아닐까 싶다.

이러한 곳에서 집권여당이라는 적지 않은 이점에도 불구하고 국민의힘 후보가 대패한 이유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 무엇보다도 집권여당이 구청장을 뽑는 지방선거를 마치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을 뽑는 전국적 선거로 인식되도록 판을 키워 버린데 있지 않을까 싶다.

어차피 대통령 임기 중에 치러지는 각종 선거는 대통령에 대한 중간평가적 성격을 띨 수밖에 없지만, 집권여당으로서는 가급적 이러한 구도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했어야만 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지난 지방선거에서 구청장에 당선됐지만, 유죄가 확정돼 수감 중이던 사람을 대통령이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피선거권을 회복시켜 그 지역에 다시 출마시킴으로써 이번 선거를 곧바로 ‘대통령에 대한 심판의 장(場)’으로 끌어들이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는 김태우 후보의 득표율이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지지율과 엇비슷 한데에서도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실제로 이번 선거는 선거기간 내내 김태우 후보와 진교훈 후보는 뒷전에 가린 채 윤석열 대통령과 단식중인 이재명 대표 간의 대결로 인식돼졌으며, 그 과정에서 민심은 ‘정권심판론’에 빠져 들어가는 양상을 보였다. 지역발전을 위해 힘 있는 여당후보를 선택해 달라고 외쳤던 여당으로서는 이것이 가장 큰 패착이었다.

차라리 여당이 용산의 입김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진 김태우 후보 대신 참신한 지역밀착형 인물을 후보로 내세웠다면 결과는 상당히 다르지 않았을까 싶다.

그런데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이번 강서 유권자들의 선택이 반드시 민주당이 좋고 민주당이 잘해서 민주당을 지지했을까 하는 것이다.

필자는 그렇지 않다고 보고 있다. 역대 선거에서 강서 유권자들의 선택은 상당히 전략적이고 스윙보우터(swing voter)적인 성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어떻든 이번 강서구의 선거가 하나의 지방선거를 넘어 전체 국민의 민심을 파악해 볼 수 있는 계기였다고 할 때, 이를 어떻게 수용하고 대응하느냐에 따라 6개월 앞으로 다가 온 다음 총선의 향방도 판가름이 날 것이다.

이처럼 국내정치가 요동치는 가운데에도 국제안보환경과 세계경제상황은 더욱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정치의 목적은 국가의 안보(足兵)와 경제(足食)를 튼튼하게 하여 국민을 평안하게 하는데 있으며, 그 출발점은 민심(民心)에 있다는 것이 역사의 교훈이다.

“백성을 이기는 권력은 없다”(民雖弱不可勝)는 ‘맹자’(孟子)의 한 구절이 이 시대에 가장 와닿는 가르침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