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정취 ‘물씬’ 음식·노래에 그리움 ‘넘실’ 제11회 고려인의 날…고려인마을 공동체 한 데 모인 축제 러-우크라 전쟁 장기화에 ‘향수병’ 겪어 고향 가는 피란민도 안재영 기자

2023년 10월 15일(일) 19:57

15일 ‘제11회 고려인의 날’을 맞아 광주 고려인마을 주민들은 광산구 월곡동 다모아어린이공원에 모여 음식을 먹고 나누며 문화 공연을 관람했다./안재영 기자

“2억만리 타국에서 이웃들과 함께 음식을 먹고 나누니 고향 생각이 더욱 나네요.”

15일 오전 11시 광주 광산구 월곡동 다모아어린이공원. 광주 고려인마을 주최로 열린 ‘제11회 고려인의 날’을 맞아 마을 주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고려인의 날은 1937년 강제이주의 설움을 극복하고 공동체를 위로하고자 지난 2013년 고려인마을 지도자들이 매년 10월 셋째주 일요일로 지정, 기념하고 있다.

올해 행사에는 지난해에 이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난민들이 참석, 고려인마을 공동체와 어우러지는 시간을 보냈다.

주민들은 공원 입구 무대에서 흘러나오는 중앙아시아 현지 음악을 들으며 고향의 정취를 느꼈다.

곧이어 정오께부터 광주시·광주 광산구·고려인마을특화거리 사업단·월곡2동 주민자치위원회·대한적십자 광주전남지사 등의 후원으로 마련된 음식의 배식이 시작됐다.

고려인 전통 빵 ‘레뾰시카’와 돈까스, 떡갈비 등을 한아름 받아온 주민들은 삼삼오오 모여 음식을 나눴다.

식사시간 동안 무대에선 고려인마을 어린이집 아동들의 재롱잔치와 어린이합창단의 오케스트라 ‘아리랑’, 노년세대로 구성된 ‘아리랑 가무단’, 지역아동센터와 청소년 문화센터 등의 공연이 이어져 흥을 한껏 돋궜다.

모처럼 열린 마을 축제를 맞아 주민 대부분 즐거운 시간을 보냈으나 일부 마을 구성원들은 떠나온 고향을 생각하며 그리움을 표현하기도 했다.

주민 박모(42)씨는 “2억만리 타국에서 동포들과 고향의 노래와 음식 등을 나누니 즐겁다”면서도 “고향에 있는 친척들의 생각에 조금은 씁쓸하다”고 심정을 전했다.

실제 최근 고려인마을에 정착한 우크라이나 피란민 가운데 일부가 ‘향수병’에 본국으로 돌아갔다.

1년6개월간 고려인마을에 머물렀던 박에릭씨는 “죽어도 고향에서 죽겠다”는 뜻을 주변에 알리고 우크라이나 남부 미콜라이우의 고향 마을로 향했다.

고려인 마을은 박씨 부부를 포함한 피란민 7명이 최근 잇달아 우크라이나 귀향길에 오른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마을이 모든 피란민의 사정을 아는 건 아니라 실제 광주를 떠난 이들의 수는 이보다 더 많을 수도 있다.

신조야 고려인마을 대표는 “우크라이나 피란민의 안정을 위해 쉼터와 협동농장 등을 운영하고 있지만 전쟁의 상처를 치유하는 데는 갈 길이 먼 상황”이라고 말했다./안재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