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콘텐츠 산업과 광주 에이스페어(ACE Fair) / 진호림 |
| 2023년 10월 16일(월) 20: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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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지는 좋은데 내놓고 팔만한 콘텐츠가 없으니 어떻게 하느냐”는 것이다. 당시만 해도 케이블TV 방송사들은 콘텐츠를 직접 제작하기보다는 영화나 지상파방송에서 방영이 끝난 드라마나 쇼 오락 프로그램을 사다가 방송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마켓이 열린다 한들 내놓고 팔만한 내 물건이 있을 턱이 없었다. “시작이 반 아니냐? 지금부터라도 투자를 늘리고 제작을 서두르자”라며 시작한 전시회가 제1회 국제문화창의산업전, 지금의 에이스페어다.
전시회 한 달 전에는 MBC드라마넷(PP)과 개별SO발전협의회가 공동으로 투자한 시트콤 ‘빌리진 날 봐요’ 제작 발표회가 열렸다. 콘텐츠 제작을 향한 의미 있는 행보가 시작된 것이다.
그리고 18년이 지난 현재, 케이블TV의 드라마나 쇼 오락 프로그램은 K-콘텐츠라는 이름으로 방송과 OTT 등 세계 시장에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그 자체로 비즈니스모델이며, 바이어와 관람객을 끌어모으는 수단이기도 하다. 방송콘텐츠를 중심으로 애니메이션이나 게임, 디자인 등의 콘텐츠가 함께 전시되는 이유다.
에이스페어는 광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과 광주디자인진흥원, KOTRA,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광주시관광공사가 주관한다. 각 기관의 성격에 맞게 참가기업과 바이어를 유치하고, 부스를 운영한다. 그리고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이름을 바꾼 광주시관광공사가 전체를 총괄한다.
올해 광주 에이스페어는 지난달 14일부터 17일까지 열렸다. 전 세계 33개국 400여 콘텐츠 관련 기업이 참여해 510개 부스를 운영했다. 총 914건의 수출 상담을 진행해, 2억 달러 규모의 비즈니스 상담을 기록했다. 지역 콘텐츠 기업들의 수출 성과도 이어졌다.
우리나라 최대규모의 전시회로 성장하면서 국내외 콘텐츠 산업을 견인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성과에도 불구하고 알만한 위치에 있는 사람들로부터 에이스페어가 무슨 행사냐는 질문을 받아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에이스페어추진위원장 출신의 장관 후보자가 인사청문회에서 추진위원회 활동비가 뭐냐는 질문을 받고 당황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질문을 한 국회의원이 우리 지역, 문방위 소속인데. 에이스페어가 어떤 행사인지를 잘 모르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어처구니가 없었다.
에이스페어 참가업체의 가장 큰 불만은 숙박 문제다. 준비기간을 포함해 길게는 일주일은 광주에 머무는데 김대중컨벤션센터 주변은 방을 잡기가 힘들다. 호텔은 예약으로 가득 차고, 모텔을 장기 투숙이라는 이유로 입실을 거절당하기도 한다. 식당가도 북새통을 이뤘다.
그만큼 많은 사람이 와서 잠도 자고 밥도 술도 마시고 간다는 방증이다. 지난해 에이스페어로 인한 생산유발효과가 130억 원이었던 점을 생각하면 투자비 대비 최소한 8배 이상의 지역경제 파급효과를 거둔 셈이다.
에이스페어 기간 방송사의 대표자만 70-80여 명이 광주를 찾는다. 이들은 개막식을 전후해 1박2일을 광주에서 머문다. 방송사의 대표를 이렇듯 한자리에 모을 수 있는 행사는 에이스페어 말고 없다. 이들을 활용할 만한 비즈니스는 없을까?
아시아문화전당이나 비엔날레, 무등산 등, 싫건 좋건 함께 다니면서 보여주고 자랑하고, 지원도 호소한다면 어떠할까? 전시장 안에서 콘텐츠를 사고파는 비즈니스가 전부는 아니다. 지역을 알리고, 경제를 살리고, 미래를 설계하는 전시장 밖에서의 비즈니스가 아쉽다.
에이스페어는 일반인에게도 참여기회를 제공한다. 전체 일정 가운데 이틀은 전문가를 위한 전시와 비즈니스, 콘퍼런스가 진행된다. 주말과 휴일에는 일반인이 참여해 방송이나 게임, 애니메이션 등 콘텐츠에 대한 정보를 얻고 이해를 넓혀 나간다.
또 직접 콘텐츠 제작에 참여하면서 제작자로서의 꿈을 키워나가기도 한다. 에이스페어를 보고 방송인으로서의 꿈을 키웠다는 PD나 기자, 작가, 촬영감독, 디자이너들이 줄줄이 나올 날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