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훈부, 정율성 사업 이념 논쟁 중단하라” 광주 시민단체, 정율성로서 촉구…남구 “흉상 처리 방안 곧 발표” 안태호 기자

2023년 10월 16일(월) 20:47

항일 단체 출신 중국 3대 작곡가인 정율성 기념사업을 놓고 정부와 광주시가 갈등을 빚고 있는 가운데 16일 오전 광주 남구 양림동 정율성로에서 시민단체인 문화와 역사를 지키는 시민모임 관계자들이 국가보훈부에 이념논쟁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김애리 기자

광주지역 시민단체가 국가보훈부에 정율성 사업에 대한 이념 논쟁 중단을 촉구했다.

문화와 역사를 지키는 시민모임(이하 시민단체)은 16일 광주 남구 양림동 정율성로 입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율성 기념사업은 중국과의 외교·교역을 위해 노태우 정권이 시작하고 김영삼 정권이 장려한 역사성과 당위성을 갖춘 사업”이라며 “그런데 박민식 국가보훈부장관은 시정 권고 조치라는 미명 하에 느닷없이 광주 시민들을 자극하고 편을 가르며 지역 정서를 방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율성 역사공원을 비롯해 지역에서 추진하는 관련 사업들 모두 지방자치단체의 고유한 사무”라며 “박민식 장관은 정율성에 대한 이념 논쟁을 멈추고 사업에 대한 판단을 온전히 광주시에 맡겨라”고 강조했다.

앞서 보훈부는 최근 정율성이 중국 인민해방군 행진곡 등을 작곡한 이력을 문제 삼아 광주시에 정율성공원 조성 사업을 중단하라고 시정 권고했다.

행정안전부도 남구에 조성된 ‘정율성로’의 도로명 변경을 권고했다.

광주 남구도 이날 회의를 열고 정율성 흉상 철거 및 복구 여부와 ‘정율성로’의 이름을 바꾸라는 행안부 권고의 후속 조치 등을 논의했으나 뚜렷한 결론을 내리진 못했다. 정율성 흉상은 지난 3일 기단에서 바닥으로 떨어져 훼손된 뒤 신원미상의 인물에 의해 똑바로 세워졌으나 지난 14일 또다시 바닥으로 떨어졌다.

남구 관계자는 “하나의 부처에서 결론을 내릴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보니 결정이 조금 늦어지고 있다”며 “빠른 시일 내에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남부경찰서는 재물손괴 혐의로 보수단체 회원 A(56)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A씨는 지난 14일 오전 1시30분께 정율성 흉상을 기단 위에서 떨어뜨려 훼손한 혐의를 받는다. 앞서 지난 2일에도 흉상 목 부분을 밧줄로 묶고 승합차와 연결해 쓰러트린 바 있다./안태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