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함 속 낯섦’…평범함 속 특별한 이야기 이조흠 개인전 ‘inter_FACE’…29일까지 광주롯데갤러리 검정 선·아이콘·도형으로 나타낸 현대사회 모습 회화부터 영상, 설치까지 다양한 장르 작품 선봬 최명진 기자

2023년 10월 18일(수) 20:17

회화 작품 ‘black emoji’와 ‘intersection of social - yellow arrow’ 앞에 선 이조흠 작가

‘투명한 얼굴, 나열된 개체, 익명, 테두리 그리고 우리.’

다양한 매체적 실험을 펼쳐오고 있는 네오팝 아티스트 이조흠 작가의 개인전 ‘inter_FACE’가 오는 29일까지 광주롯데갤러리에서 열린다.

이번 개인전은 10여 년 넘는 그간의 작업세계를 중간 점검하는 자리이자 보다 확장되고 견실한 작품활동 기반을 다지기 위한 전시다.

전시에서는 알 수 없는 공허함과 외로움에서 비롯된 뒷모습 회화부터 검정색 선을 중심으로 의미를 담아낸 신작들을 선보이고 있다.

“아주 간단하게 말씀드리면 제 최근 작품들은 색채를 덜어낸 ‘검정 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수많은 캐릭터, 각양각색 이모지, 세모·네모·동그라미로 변화해온 제 작업은 결국엔 검정색 선만 남더라고요. 이 선은 어떤 형태를 만들기도 하지만, 너와 나를 나누는 선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번 신작들은 기존 작품과는 달리 최대한 색을 빼고 차갑게 구현한 팝아트 작품으로 보여진다.

전시장 쇼윈도에 걸린 작품 ‘interface - 역삼각형’ 또한 그러한 작업세계의 일환이다. 역삼각형 모양으로 이뤄진 캐릭터들의 집합은 위로 퍼지면서 무한한 가능성을 나타낸다.

팝아트에서의 ‘동양적인 개입’이라 할 수 있는 정적인 영상 작업도 있다. 천편일률적인 캐릭터들 사이로 눈을 깜빡이는 단 하나의 캐릭터를 찾아볼 수 있다.

똑같은 일상을 사는 중에도 조금 더 특별하고 싶은 인간의 욕망을 담아낸 작품이다. 우리 현대사회의 편집적인 모습을 제시하면서도 유쾌함을 놓치지 않고 있다.

자신과 아내의 모습을 간결한 선으로만 표현한 설치작품 ‘infj 커플’도 눈길을 끈다.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유행하는 성격유형 검사인 MBTI를 녹여낸 것으로, 기발한 아이디어와 익살스러운 표정이 돋보인다.

이 밖에도 작가는 행복했던 유년기 표상인 만화 캐릭터를 통해 향수와 즐거움을 드러내기도 하고, 만화 아이콘의 반복된 배열 속 생경하게 묘사된 한 사람의 뒷모습을 통해 친숙하면서도 불편한 감정을 내보이기도 한다.

“제 작품은 어른이 돼가며 우리 모두 겪었을, 혹은 겪고 있는 관계의 고단함과 어려움, 사회와 자아 사이의 충돌 등을 담아내고 있어요. 선들로 연결된 아이콘과 세모, 네모, 동그라미로 표상화된 우리 모습을 통해 이상적인 세상은 무엇인지, 지금 우리는 행복한지 질문을 던질 수 있는 그런 작업을 지속해가고 싶습니다.”

설치작품 ‘infj 커플’

/최명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