곁에 있지만 숨겨진 여성들의 노동 재조명 ●광주여성가족재단 ‘집에서 노는 여자들’展…20일까지 광주여성전시관 허스토리 2·3 전시관 ‘일’에서 제외되어 온 ‘가사노동’ 주제 사진 시리즈·단편 애니메이션 등 전시 최명진 기자

2023년 10월 18일(수) 20:17

‘집에서 노는 여자들’ 전시 전경

한국 사회 속 ‘가사노동’이 분배되는 현실과 사회구조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전시가 마련됐다. 광주여성가족재단은 오는 20일까지 재단 3층 광주여성전시관 허스토리 2,3 전시관에서 기획전시 ‘집에서 노는 여자들’을 진행한다.
지난 6일까지 열릴 예정이었던 이번 전시는 제13회 세계인권도시포럼 ‘빈곤과 불평등에 대응하는 도시’ 개최에 맞춰 보다 많은 시민들이 관람할 수 있도록 기간을 연장해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거의 모든 여성이 경험하는 ‘가사노동’을 주제로 한다.

젠더 불평등 담론에 있어 가장 중요한 이슈는 여성과 남성이 일상의 시간을 서로 다른 양상으로 사용하는 문제다.

무엇보다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가 증가하고 맞벌이가 보편적인 가족구조로 자리 잡은 오늘날에도 유급 노동 시장에서의 혁명적 변화는 가족 내 여성과 남성의 삶을 근본적으로 바꾸지 못하고 있다.

특히 가사노동은 필수적인 노동임에도 일로 간주되지 않는다. 가정을 돌보는 일은 상대를 위해 ‘자발적으로’ 하는 행위이기에 흔히 우리가 생각하는 노동과 달리 ‘일’로 인식되지 않는다.

동시에 일로 여겨진다 하더라도 엄마(여성)라면 ‘일’로 받아들여선 안 된다고 생각된다. 가사노동의 전제가 되는 모성이 엄마라면 마땅히 지녀야 할 덕목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전시는 가사노동에 대한 담론을 시민과 함께 그 가치에 공감하고 소통해볼 수 있는 자리로 마련됐다.

먼저 2전시실은 여성가족부의 ‘통계로 보는 남녀의 삶’ 중 가사노동에 대한 부분을 재구성했다. 조선총독부의 초등학교수신서의 남자와 여자의 의무, 라이프(Life)지에 실린 1940년대 주부의 하루를 기록한 빈티지 사진 시리즈 등을 선보인다.

3전시실에서는 한병아·정연주 작가의 단편 애니메이션 작품이 상영된다. 인간의 지루하고 치열한 생존인 가사와 육아, 그리고 막연한 우주 속 여전히 삶에서 해답을 구하는 여성들의 모습을 드러낸다. 또한 시민참여 세션을 통해 가사노동의 범위는 어디까지인지 의견을 나눈다.

관람객을 위한 이벤트도 진행한다.

전시를 관람한 뒤 개인 SNS에 전시 전경과 함께 제시된 태그(#광주여성전시관, #집에서노는여자들)를 업로드하면 전시 굿즈로 ‘workers 티셔츠’를 제공한다.

도슨트 프로그램도 새로 운영한다. 화·목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30분까지, 수·금 오전 10시부터 12시, 오후 2시부터 4시30분까지 전화(062-670-0563)를 통해 사전 신청할 수 있다.

전시 관람은 월-금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이며 주말 및 공휴일은 휴관이다. 자세한 내용은 광주여성가족재단 홈페이지 및 인스타그램에서 확인할 수 있다. 문의 062-670-0563.

/최명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