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로 보는 명화이야기]대자연(Mother Nature) 아끼고 보호해야 할 소중한 유산

잠시 머물다가는 ‘우리’가 후대에 물려줄 생명의 근원

2023년 10월 19일(목) 19:42
박하용 作 ‘수류화개’(水流花開)
팍팍한 삶에 지쳐 힐링을 원할 때 으레 찾게 되는 곳이 자연이다. 푸른 바다를 바라다보며 커피 한잔을 하거나, 물 속에 두 발을 담그고 첨벙첨벙 해변을 걸으면 기분전환은 시간문제다. 게다가 좋은 공기를 마시며 산을 오를 땐 알록달록 변해가는 나뭇잎들을 바라보는 재미도 꽤 쏠쏠하다.

필자도 몇 년 만에 추석 연휴를 맞아 제주 바다를 마주하며 글을 쓰고 있노라니, 이보다 행복한 시간이 또 어디에 있을까 싶다.

이처럼 자연이 건네주는 커다란 선물들은 얼마나 좋은 치료제이며 축복인가! 그뿐인가 우리가 자연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것들은 먹을거리, 입을 거리 그리고 두 발 디디고 서서 존재할 수 있는 공간까지 말로 다 할 수 없을 정도다. 고마운 환경에 대한 중요성은 언제든 강조해도 부족하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자연에 대한 고마움은 늘 뒷전이고, 당연한 듯 여기는 우리의 태도는 심각한 기후위기와 환경오염을 초래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렇게 살아야 할 일인가?

태초의 질문으로 먼저 돌아가 보자. 우리의 세상은 그리고 우리의 자연은 어떻게 생겨나게 됐을까? 과학적인 근거야 물론 존재하지만, 세상에 대해 관찰하고 고민했던 인류의 사고에 원형과 지혜가 담긴 신화 속 이야기를 통해서 짐작해 볼 수 있겠다.

서양의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대지 또는 어머니 여신에는 세상을 창조한 가이아(Gaia)가 있다. 어느 나라가 됐건 창세 신화는 거의 유사한 형태를 띠는데, 허공 속 혼돈(Chaos)에서 탄생한 여신에서부터 세상은 기원하는 것으로 전해져 온다.

마치 진공 상태의 우주에서 별이 탄생하듯 카오스 속에서 생겨난 여성 신으로부터 이 세상은 시작되는 것이다.

우라노스(하늘), 우로스(산), 폰토스(바다), 크로노스(시간), 에레보스(어둠), 뉙스(밤), 테이아(달) 뿐만아니라 아난케(운명), 테미스(법), 이아페토스(죽음), 레아(풍요)등 대자연의 신으로부터 시작된 모든 것들은 세상 그 자체다.

우리나라에서는 창세 신화와 어울려진 창조의 여신으로 마고(麻姑), 마고 할망, 설문대할망 등으로 불리는 마고 할미가 있다. 죽지 않고 영원히 살아있는 신선으로 불리는 그녀의 나이는 언제나 18세다.
조선경 作 ‘그림책 마고할미’ <위키피디아 검색>

말 그대로 할머니가 아니라 크다는 뜻의 우리말 ‘한’과 생명의 뿌리를 뜻하는 ‘어머니’라는 말이 합쳐진 ‘大母’(the grand mother)를 뜻한다.

신화 속에서 거인으로 등장하는 마고가 세상을 창조하는 모습은 흥미롭기 그지없다. 첨부된 그림에서도 볼 수 있듯이 잠에서 깬 마고가 하늘을 향해 기지개를 켜자 하늘이 밀려 올라가고, 무릎을 들어 올리자 산이 생겨난다. 엄청나게 거대한 거인 마고가 움직이는 대로 산과 강, 바다, 섬, 하늘이 만들어지는 모습이다. 상상이지만 얼마나 기발하고 창의적인가?

여성이 가진 생산력과 번식력을 신성한 것으로 여기며 세상을 창조해내는 신화 속 사고는 여러 나라의 근원 신화에서도 비슷하게 등장한다. 이는 자신들을 둘러싼 세상에 대한 인류의 원초적 인식이자 수천년을 이어오며 축척된 사고의 메모리 속에서, 자연의 위치와 위대함이 얼마큼 인지를 다시 한번 느끼게 해 주는 포인트이기도 하다.

이를 통해 우리는 왜 자연을 존중해야 하고 지구와 환경을 보호하며 생명체를 지켜내야 하는지에 대한 가르침 또한 알 수가 있다. 환경보호에 동참하는 것은 지구를 더 나은 상태로 지키는 방법이다.

환경에 대한 고민이 심각한 수준이다. 특히나 일본의 원전수 방류로 인해 여기저기서 왈가왈부 말이 많은 요즘이다. 그렇지만 그 논의가 정치적인 사안이건, 외교적이건 혹은 이념적이건 사상적이건 간에 생명의 소중함은 몇 번을 강조해도 모자라지 않을 것임은 분명하다. 결국 우리는 모두가 하나로 연결된 존재이기 때문이다.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을 자연과 환경에 관해 생각하며 작업하는 작가 골드워시의 작품을 한번 살펴보자.
앤디 골드워시 作 ‘자연과의 협력’ <위키피디아 검색>

생태미술가로 잘 알려진 앤디 골드워시(Andy Goldsworthy)의 작품들은 자연 그 자체다. 자연에서 찾은 재료 그대로를 작품에 활용할 뿐만 아니라 가공하지 않고 환경 자체에 어울리는 조각 설치를 하는데, 그의 작품을 보면 시간의 흐름에 따라 그리고 계절의 변화에 맞게 유기적으로 변화하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살필 수 있다.

단풍들의 색감 차이를 활용해 만든 골드워시의 작품 ‘구멍 주위에 놓인 마가목 잎들’은 노랑색부터 붉은색으로 그리고 갈색까지 색이 부드럽게 그라데이션 돼있다.
앤디 골드워시 作 ‘구멍 주위에 놓인 마가목 잎들’ <위키피디아 검색>

이게 자연이 만들어낸 색이라니, 할 정도로 작품의 이미지는 아름답기 그지없다. 필자도 학부 시절 서양미술사 수업시간에 책을 한 참 동안이나 들여다봤던 기억이 있다.

그 밖에도 나무 이파리들만으로 형상을 만들거나, 돌들을 잘 배열해 하나의 작품으로 사진을 찍어내는 것도 참 인상적인 작업과정이다. 그러나 이게 다가 아니다. 그의 작품에서 눈여겨볼 것은 아름다운 색채 이외에도 작품이 자연스레 자연 속에 흡수돼 사라지는 과정까지다.


“각각의 작업은 자라나고(grow), 머무르고(stay), 부패됩니다.(decay)”-Andy Goldsworthy-

그저 일시적으로 자연에서 빌려왔다가 다시 되돌려 놓을 뿐이라고 이야기하는 작가의 언급에서 자연과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여지를 발견해 낼 수가 있다.

자연은 우리에게 너무나 소중한 존재임에 틀림 없다. 그리고 지금 이 환경에 관한 고민도 함께 해야할 시기임도 분명하다. 특히나 인류가 생존하기 위해 필수요소인 물에 대한 고마움은 박하용 작가의 작품 수류화개를 보며 ‘물에 관한 아름다운 단상’을 읽자니 무척 가슴에 와 닿는다.


“물은 흐르는 것, 만물을 깨우는 것, 물은 아지랑이가 되어 하늘로 올라가 구름이 되고 이내 다시 비가 되어

이 세상 들판을 적시고 뭇 생명을 싹틔우고 내를 이루고

마침내 강물이 되어 바다로 흘러간다.

그리고 다시 구름이 된다.

나는 묻고 물었다. 나는 어디까지 왔으며 어디로 흘러갈 것인가.

수류화개-水流花開, 물은 흐르고 꽃은 핀다.” -박하용 작가노트 중에서-


자연과 조화를 중점으로 생각하는 골드워시의 생태미술도, 자연의 아름다움에 대해 논해볼 수 있는 박하용 작가의 단상도 모두 자연이 존재함으로써 그리고 우리가 자연과 함께 공존함으로서 가능한 일들이다.

현재 지속적인 환경오염은 생태계 및 생물 다양성을 깨트릴 뿐 아니라 기후변화를 가속시키며 지구를 살 수 없는 공간으로 만들고 있다.

지구에 발을 디디고 살아가는 인류로서, 입으로만 설전을 벌이며 이념전쟁을 할 것이 아니라 실제 우리 삶과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을 환경오염을 막을 해결책을 하루빨리 마련하려는 실질적인 움직임이 그 무엇보다도 필요한 때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결국 우리는 모두가 하나이니까….

<이현남·전남대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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