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왜곡 ‘전라도천년사’ 수정 발간이 해법일 것

2023년 10월 19일(목) 19:56

호남을 지역구로 둔 국회 문화체육관광위 소속 의원들이 광주, 전남·전북 광역단체장에게 ‘전라도천년사’ 책자의 수정 발간을 요구하는 서한문을 보냈다. 절차와 비용이 들더라도 별책이 아닌 본문에 다른 학설·주장을 담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전라도 정도 1천년을 기념해 발간한 역사서는 친일사관 논란에 휩싸여 아직 배포되지 않고 있다. 전라도인의 자긍심을 높이고자 했던 취지와 달리 갈등과 분열의 중심이 돼버렸다. 국정감사에서도 쟁점으로 떠올랐다. 더불어민주당 이개호(담양·함평·영광·장성) 의원은 문화재청 국감에서 3개의 문제를 지적했다. 우리 민족의 시원을 단군조선 BC 2333년임에도 BC 7-8세기로 격하한데다, 강진·해남은 ‘침미다례’, 구례·순천은 ‘사타’로 일본서기의 지명 비정을 인용했으며, 해안지방을 중심으로 출토되는 유물에 대해 ‘야마토 왜’의 지배설과 연관짓고 있다는 것이다. 황당하기 짝이 없다.

역사는 잘못 기록되면 되돌리기 어렵다. 전라도천년사가 임나일본부설을 뒷받침하는데 이용될 우려가 크다. 그렇다고 분리된 별책을 엮어야 하는가. 총 34권 2만여쪽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으로 24억원이 투입됐어도 수정, 발간하는 게 최선이다.

고려사에 따르면 전라도(全羅道)는 현종 9년 1018년, 전주 중심의 강남도와 나주 중심의 해양도를 합쳐 명명했다. 이후 천년을 지나는 동안 동북아 경제와 문화의 국제교류 중심지였을 뿐만 아니라 동학농민, 의병항쟁 등 민중혁명이 일어난 한국정신의 본향이었으나, 현대에 이르러 산업화에 소외되면서 입지가 위축됐다. 기념사업은 풍부한 문화유산과 위대한 호남정신이 외면당하는 현실에서 반세기의 낙후를 극복, 자랑스런 위상을 회복하기 위해 구상됐다. 천년사는 역사적 가치를 재조명하고자 2022년을 목표로 편찬을 추진해왔다.

학계에서도 기념비적인 저술이다. 예산의 많고 적음의 차원을 넘어선다. 다소 늦어지더라도 반드시 다시 만들라. 지역사회에서 지리한 다툼을 조속히 끝내는 일이다. 망설일 필요 없다. 3개 지자체가 지혜를 모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