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미국흰불나방’ 확산…가로수 등 ‘몸살’ 유충, 잎 갉아먹어…무각사·양동시장 천변 등 곳곳 피해 전문가 “방제 미흡”…지자체 “예찰·방제 통해 고사 등 방지” 안태호 기자

2023년 10월 19일(목) 20:37

나뭇잎을 갉아먹고 있는 미국흰불나방.

‘가로수 킬러’로 불리는 미국흰불나방 유충이 광주 곳곳에 퍼져 가로수와 조경수 등이 몸살을 앓고 있다.

여기에 피부에 닿으면 피부병이나 각막염 등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관리 당국의 신속한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19일 오전 9시30분께 광주 서구 무각사 산책로.

긴 산책길을 따라 산책을 하거나 뛰는 사람들이 있고 그 옆으로 가로수와 조경수 등이 늘어서 있다.

계절상 나뭇잎이 낙엽으로 변하는 시기이지만 해당 수목은 잎이 거의 없고 가지만 앙상했다. 그럼에도 일부 멀쩡한(?) 잎에는 하얀 털로 덮인 미국흰불나방 유충 수십 마리가 붙어 잎사귀를 갉아먹고 있었으며 이를 인지한 이들은 혹여나 몸에 떨어질까 이 구간을 급하게 빠져나갔다.

무심코 지나던 이들 중에는 유충을 보지 못해 밟고 지나가기도 했고 아이가 만지려 하자 동행한 할머니가 깜짝 놀라 말리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같은 날 양동시장 인근 천변도 상황은 비슷했다.

잎사귀가 가득해야 할 버드나무는 잎사귀가 다 갉아먹힌 상태로 곳곳에 흉측하게 남아있었고 미국흰불나방 유충들은 남은 잎을 먹기 위해 빠르게 움직였다.

주변을 산책하던 고지원(42)씨는 “이런 벌레들이 바닥에 자주 보이고 모여있어 매우 징그럽다”며 “가끔은 산책 도중 나무에서 몸으로 떨어지기도 해 모자부터 장갑까지 중무장하고 있다”고 불편함을 호소했다.

인근 주민 김형미(56)씨는 “보면 알겠지만, 나무에 잎사귀가 거의 없다”며 “이런 상태면 곧 말라 죽는 것 아니냐”는 우려와 함께 빠른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미국흰불나방은 한 번에 최대 600개 이상의 알을 낳을 수 있으며 가로수나 농경지 과수목에 붙은 뒤 잎을 갉아 먹어 수목의 고사를 일으키는 해충이다.

성충은 5월부터 9월 초순까지 3차례 나눠 발생하고 유충은 5-10월 나타난다. 올해는 고온다습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전국적으로 개체 수가 급격히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김중태 나무병원 원장은 “지난 7월부터 미국흰불나방 유충 확산에 대해 지자체에 얘기했었다. 이상기후 영향도 있지만 방제 미흡에 따른 여파기도 하다”며 “현 시점에서 적극적으로 방제에 나서지 않으면 내년에는 이보다 훨씬 많은 피해를 보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서구 관계자는 “3-4월, 8-9월 방제를 했지만 올해 유독 유충이 많다”며 “상무지구와 같은 도심 속 공원에 약을 뿌리는 것이 문제가 있어 수간주사를 병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관계기관 등이 책임 소재를 미룬다는 비판과 관련해서는 현재 순서를 정해 방제하고 있다”며 “개체 수가 줄어들 때까지 예찰을 계속하고 약을 뿌려 수목 피해와 주민들의 불편 등을 최소화하는 데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안태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