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와 생태를 활용한 아파트 공동체성 활성화 / 서순복 |
| 2023년 10월 22일(일) 19:10 |
|
얼마 전에 아파트공동체 활성화지원사업 심사에 참여했다. 아파트와 같은 집단주거시설에서 사회적 신뢰와 공동체 효능감이 떨어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옆집에 누가 사는지 모른다. 세대간 교류의 부족과 오해와 갈등이 많은 것이 아파트 삶인데, 그럼에도 아파트에 공동체성을 살리기 위한 노력들이 계속 되고 있다. 주민들간의 소통과 친목을 도모하고, 정을 쌓고 서로 이해하며 살아보려는 작은 몸부림이다.
아파트 일대를 함께 걸으며 소통을 도모하고, 걸으면서 쓰레기도 줍고, 몸과 마음의 건강을 도모하고자 하는 시도가 있었다. 또 우리는 매일하는 고민이 오늘은 뭘 먹을까라고도 할 수 있는데, 택배가 아니라, 먹으면서 정든다고 아파트 주민들간에 함께 음식을 만들면서 거부감 없이 소통을 도모하는 노력도 보였다. 생선에 폐플라스틱이 있다고 단식하는 아이에 자극받아, 친환경제품 사용에 나선 엄마들의 움직임도 있었다. 아로마 오일을 사용한 천연비누 제작 시도도 있었다. 탁구나 뜨개질 등 취미생활을 함께 하려 하고, 지하 다목적실에 작은 도서관을 꾸며 부모와 자녀가 함께 할 수 있는 일들을 도모하기도 했다. 사업을 신청하신 분들의 진정성과 열정을 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됐다.
단독주택이 많이 사라지고 아파트가 대세인 지금, 어찌 생각해보면 아파트의 엘리베이터와 복도가 그 옛날의 골목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파트 주민들이 함께 모여, 함께 배우고 나누는 소소한 기쁨을 통해 삭막한 콘크리트 아파트에 사람사는 정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만은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산 금샘마을공동체는 마을만들기 사업 이전인 1990년대 초반부터 시작됐다. 자치분권운동을 하시는 황한식님 교수 내외분이 아파트에서 10가구로 시작했다. 아파트에 주민자치와 이웃공동체를 지향하며, 정다운 이웃과 살맛나는 마을을 꿈꾸며 시작했다. 아파트 단지 안에 있는 공동공간을 빌려서 금샘 사랑방 문화클럽을 만들었다. 지역축제, 문화교실을 통한 주민교육과 청소년교육, 문학의 밤 등 문화적 접근을 통해 아파트에 공동체를 만들어가기 시작했다. 나중에는 구청으로부터 자원봉사센터를 수탁운영하기도 했다.
개념의 전환을 통해, 도시재생을 아파트활성화로 치환해 생각하고 싶다. 1990년 유럽의 문화수도로 지정된 영국의 글래스고우는 독자적인 문화전략을 활용한 획기적인 도시재생 실험을 전개했다. 도시의 부정적 이미지를 해소하고 새롭고 긍정적 이미지 주입을 통해 성공적 도시재생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한 사례이다. 폐공장 건물을 아틀리에, 스튜디오, 전시장, 예술학교 등으로 재활용한 사례도 있다. 예술가들이 중심이 된 사회적 기업을 중심으로 주민들과의 소통을 활성화하고, 신진 예술인의 창작공간을 제공했다. 아시아문화중심도시 광주의 아파트단지들이 진정한 창조도시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문화예술과 창의성을 매개로 한 도시재생의 모델도시로 탈바꿈해야 한다. 콘크리트 아파트가 소통과 교류가 이뤄지는 공동체로 활성화되기 위해 아파트 삶을 하나의 예술로서 고려하면 어떨까. 인간적 가치를 옹호하면서 아파트 삶을 하나의 극장으로 생각하고 아파트에서 펼쳐지는 삶을 문화적으로 접근해보자. 아파트 공동체성 활성화를 위해 문화와 생태(환경)가 그 중심 역할을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