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파른 물가상승에 서민 추위 녹이던 붕어빵 비싸졌다 주재료 붉은팥·밀가루·설탕·식용유 값 급등 양시원 기자 |
| 2023년 10월 22일(일) 19:3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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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저녁 북구 용봉동 주택 밀집 지역 내 한 골목길.
대규모 아파트 단지와 먹자 골목이 인접해 유동 인구가 많은 이 자리에서만 5년간 붕어빵 노점 장사를 했다는 성혜정씨는 올해가 유난히 심적으로 힘들다고 말했다.
가파르게 상승한 물가에 지난해 겨울 막바지 붕어빵 가격을 한 차례 인상했던 그는 올해 각종 부담에도 불구, 값을 동결했음에도 하루에도 수십 차례 손님들의 비싸다는 불만에 맞닥뜨려야 한다는 것이다. 성씨는 현재 단팥 붕어빵을 3개 2천원에 판다. 개당 700원 꼴이다.
그도 할 말은 많다. 매년 치솟는 재룟값에, 기름값까지, 한겨울 엄동설한을 버티며 장사를 해도 재룟값을 제하고 나면 남는 게 없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성씨는 “꽤나 팔았다 생각해도 막상 정산해보면 수중에 남는 돈은 거의 없다”며 “마진이 많이 남을 줄 알고 개점했지만, 재룟값 상승에 돈벌이가 되지 않자 며칠 만에 장사를 접는 사람도 많아 가스 제공 업체에서는 더 이상 외상으로는 판매도 하지 않는 상황이다”라고 업계의 어려운 상황을 토로했다.
전방위적 물가 상승의 여파가 국민 겨울 간식 붕어빵에도 영향을 미쳤다. 주머니 속 단돈 천 원으로 마음을 덥혀주던 붕어빵은 이제 더는 볼 수 없을 지경이다. 상대적으로 외식 물가가 더 높은 서울·경기도의 경우 붕어빵 한 마리가 천 원에 책정된 가게도 비일비재해졌다.
실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지난 20일 기준 광주에서 붕어빵 팥앙금에 주로 쓰이는 수입산 붉은팥 40㎏ 중도매가는 27만5천원으로 평년(21만933원) 대비 30.3% 비쌌다. 3년 전인 2020년만 하더라도 이맘때 20만6천원에 팔렸던 붉은팥은 2021년 25만6천원, 2022년 27만원으로 매해 가격이 치솟았다.
붕어빵 반죽의 주재료인 밀가루 가격은 물론이거니, 설탕, 식용윳값도 파죽지세로 오르고 있다.
광주시 경제정책과에서 매주 지역 21곳의 백화점·대형할인매장·전통시장에서 농축산물과 공산품 등 52개 생활필수품을 대상으로 조사한 소비자물가 모니터링 결과에 따르면 이달 둘째 주 기준 백설 밀가루(중력분) 2.5㎏는 평균 5천13원에 팔렸다. 2년 전(3천681원)보다 36.1% 비싼 가격이다.
같은 기간 백설설탕 1㎏(2천60원→2천507원)도 21.6%, 해표 식용유 1.8ℓ(6천344원→8천291원)은 무려 30.6%나 가격이 뛰었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의 품목별 소비자물가지수 통계로 보는 물가상승세는 더욱 가파르다.
지난 9월 기준 광주지역 밀가루 소비자물가지수는 137.35(2020=100)로, 2년 전(90.88)보다 44.4% 뛰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전 세계 밀가루 가격이 급등한 데 따른 것이다. 식용유(114.63→185.73)와 설탕(100.21→148.82) 물가도 각각 62.0%·48.5% 올랐다.
붕어빵을 굽기 위한 연료 액화석유가스(LPG) 값도 상승세다. 국제 LPG 가격은 8월과 9월에 톤(t)당 평균 77.5달러, 90달러 오른 데 이어 10월에도 평균 52.5달러 인상됐다.
하루 지나면 오르는 외식 물가를 보는 소비자들의 마음도 착잡하기만 하다.
사회초년생 정모(28)씨는 “물가가 오르는 건 체감이 큰데 지갑 사정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다”며 “상인들도 어쩔 수 없이 가격을 올린다는 것을 알아도 마음은 좋지 않다”고 말했다.
/양시원 기자
양시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