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수어통역센터 재설치 ‘4년째 제자리걸음’ 전 센터장 등 관련 노사 갈등에 폐쇄…농인 불편 장기화 ‘운영 주체’ 협회·통역사 이견…“市 중재 소극적” 지적도 장은정 인턴기자

2023년 10월 22일(일) 19:51

사진=아이클릭아트

광주 수어통역센터 재설치가 ‘4년째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어 농인(聾人)들의 불편이 장기화되고 있다.

설립·운영 주체를 두고 ‘농아인협회’와 ‘광주시 또는 타 법인’으로 의견이 갈리며 한국농아인협회 광주시협회와 수어통역팀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는 데다, 중재 역할을 해야 하는 광주시도 사실상 손을 놓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22일 한국농아인협회 등에 따르면 ‘수어통역센터’는 의사소통에 지장이 있는 청각·언어장애인에 대한 수어통역 및 상담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원활한 일상생활 및 사회생활을 도모하기 위해 설립됐다.

한국농아인협회는 중앙회에 수어통역센터 중앙지원본부를 두고 사업의 기획 및 평가, 지방센터에 대한 자체 관리·감독을 하고 있다.

한국농아인협회는 지난 1998년 광주시협회에 수어통역센터를 설치했으나, 2019년 수어센터장의 성폭력 경찰 수사와 폭행 사주 등 협회와 통역사 간 갈등이 불거지면서 광주 수어통역센터가 폐쇄됐다.

전(前) 농아인협회 광주시협회장이자 수어통역센터 센터장이었던 A씨는 인사 청탁, 성폭력, 폭행 사주 등 적절치 못한 행동들을 일삼았다는게 통역사들의 주장이다.

이와 관련, 수어통역팀 관계자는 “농아인협회 광주시협회장이 광주 수어통역센터장을 겸직하면서 문제가 많았다”며 “때문에 센터 재설치 시 운영은 농아인협회가 아닌 광주시 직영 또는 운영 능력이 있는 타 법인이 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특히 센터 폐쇄 이후에도 협회는 자성은 커녕 다가올 협회장 선거 후보에 A씨를 추천하는 등 개선의 여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며 “광주시도 센터 재설치를 고려한다면서도 적극적으로 중재에 나서지 않아 4년째 농인들과 수어통역사들의 불편이 가중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한국농아인협회 광주시협회 관계자는 “그동안 전국 수어통역센터는 각 시·도 농아인협회가 주관해왔다”며 “농아인협회는 다른 어떤 법인보다 농아인들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 시나 타 법인이 센터를 운영할 경우 농인들에 대한 이해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져 원활한 운영이 이뤄지지 않을까 염려된다”고 협회 운영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한편 광주시는 센터 폐쇄 후 수어통역센터 재설치에 대한 간담회를 2차례 열었으나 의견이 좁혀지지 않자 광주시립장애인복지관에 센터 수어통역팀 운영을 위탁했다. 이 과정에서 기존 20명에 달하던 수어통역사들이 절반 정도로 줄었고 이에 시는 수어 통역 지원을 위해 2020년부터 자치구마다 ‘농아인 쉼터’를 추가로 설치했으나, 통역 업무 수행은 원활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시 장애인복지과는 “수어통역센터 운영에 십억여원의 국가보조금이 투입되는 만큼 재설치는 신중하게 결정할 사안”이라며 “여러 전문가들의 의견을 통해 현재 센터를 재설치하는 것은 시기적으로 적절치 않다고 판단해 당분간 수어통역팀은 위탁 운영 체제를 유지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한편 지난 7, 8월에 이어 9월 ‘강기정 광주시장과의 월요대화’를 통해 수어통역센터 재설치가 논의될 예정이었으나 돌연 취소 됐다./장은정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