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색으로 녹여낸 보이는 것 너머 피안에 대한 갈망 조정태 작가 ‘낭만지가’展…29일까지 예술공간집 상념의 바다에서 길어 올린 꿈틀거리는 심상의 풍경 내면에 내재된 낭만적 감성 담아낸 회화 26점 선봬 최명진 기자

2023년 10월 23일(월) 19:55

‘별을 따라서-야영’

‘숲 속의 왕’

‘깊은 가을, 낭만의 감성으로 그려낸 자연 풍경’

그림으로 시대에 묵직한 질문을 던져온 조정태 작가의 열두번 째 개인전 ‘낭만지가 浪漫之歌’가 예술공간집에서 열린다.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듯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의 사색이 담긴 낭만적 풍경들을 보여준다.

그간 역사와 시대, 사회, 정치 등 굵직한 주제들로 현시대 풍경을 그려온 작품들과는 다르게, 이번 작품들은 작가의 내면 속 또 다른 풍경들이다. 그간 작가의 묵직한 작품들이 보여줬던 강한 울림과 대조되듯 조금은 말랑말랑하게 작품 속으로 관객들의 마음을 끌어들인다.

완도가 고향인 작가가 어릴 적부터 숱하게 마주한 바다와 역사 속 사회의 알레고리를 은유적으로 그려낸 숲의 풍경 등 자연을 빗대 낭만적 감성을 짙게 녹여냈다. 작가이기 이전, 한 인간으로 자신에게 자리한 여러 감정 중 낭만으로 귀결되는 정서를 들춰낸 것이다.

거대한 나무 아래 아스라이 사그라져가는 불꽃으로 역사의 상황을 암시해주기도 하며, 망망대해와도 같은 밤의 사막을 가득 채운 별빛과 옅은 파도 위 희뿌옇게 올라온 바다 안개, 시커먼 검은 바다를 떠도는 영혼의 흔적, 짙은 숲속 나뭇가지 사이 내려앉은 하얀 햇살 등 자연 풍경을 마주하며 다시 내재화하고 이를 회화적 특색으로 완성했다.

전시에 앞서 작가는 “이젤 앞에 앉아있으면 생각이 끝도 없이 이어진다. 부족한 색 감각에 대한 고민, 나와 관람객이 생각하는 아름다움에 대한 이견, 참여의 열정과 관조적 시각, 반복되는 아픔에 대한 피로감, 피안에 대한 갈망 등이다”며 “이러한 생각들의 몇 가닥 꼬리를 ‘낭만지가浪漫之歌’라는 테두리로 묶어 굳어져 가는 중년 화가의 마음속 잡다한 상념들을 내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해가는 중견 작가로서 동료 선후배들과 함께 지난한 예술의 길을 함께 걸어갈 수 있기를 바란다”고 응원의 마음을 전했다.

문희영 예술공간집 관장은 “이미지의 홍수 시대, 나타나고 사라지는 이미지들이 아닌 차분히 관조하듯 찬찬히 사색에 빠져들게 하는 것이 조 작가 회화가 가진 특별함이다”며 “한 인간으로 한 시대를 살아오며 많은 변화를 겪었을 작가의 여러 갈래 시선들이 더욱 돋보인다”고 말했다.

전시는 오는 29일까지 열린다./최명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