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구 신축아파트 ‘이른 사용 승인’에 입주자 피해 속출 최근 5년 9곳 중 6곳…“시행사 중도금 이자 부담 줄이려” ‘사전점검 후 45일 뒤’ 원칙 불구 제재방법 없어 유명무실 안태호 기자

2023년 10월 24일(화) 20:25

사진=아이클릭아트

광주 동구지역 최근 5년 신축 아파트의 사용 승인이 예정일보다 빨라지면서 하자 보수 미흡 등의 문제가 발생, 입주자들의 피해가 잇따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른 사용 승인은 시행사의 중도금 이자 부담 등을 줄이려는 데 따른 것이지만, 주택법에 근거한 ‘사전점검 후 45일 기준’에 어긋나도 허가가 이뤄지고 있다.

이는 시공사가 ‘사전점검 후 45일 전’에 사용 승인을 신청하더라도 제재할 수단이 없고, 권한이 있는 구청은 중대 하자 없이 ‘사용 가능한 상태’만 되면 허가를 내줬기 때문이라 입주자들을 보호할 수 있는 법적 근거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24일 김재식 광주 동구의원 등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동구지역에 새로 들어선 아파트 9곳 중 6곳이 사전점검으로부터 45일 이전에 사용 승인이 났다.

그러나 주택법 제20조2에 의하면 사용 승인은 ‘사전점검으로부터 45일 후’에 나야 하는 게 원칙이다. 아파트 준공 전 입주 예정자들이 아파트를 직접 방문, 하자 등에 대한 보수를 요청할 수 있도록 하고 시공사에게도 정비 시간을 주기 위함이다.

하자가 없다면 ‘사전점검으로부터 45일 전’에 사용 승인이 나도 괜찮겠으나, 문제는 충분한 보수가 이뤄지기 전 시공사가 승인을 요청하면서 불거진다.

실제 사전점검 후 28일만에 사용 승인이 난 동구 선교동 906세대(54타입-639세대, 84타입-267세대) 규모 신축아파트의 경우 입주가 시작된 지 10여일이 지났지만, 하자 보수에 대한 민원이 여전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입주 후에는 보수 요청을 해도 전처럼 즉각적인 조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게 이곳 아파트 입주자들의 전언이다.

사용 승인이 나면서 ‘아파트 중도금 이자’ 부담이 입주자들에게 넘어갔는데, 이는 시행사가 하루에 수천만원씩 나가는 이자를 아끼기 위한 꼼수가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됐다.

아파트마다 차이는 있지만, 분양 계약 당시 은행에서 중도금을 빌렸을 경우 이자는 시행사가 부담하고 사용 승인이 난 뒤에는 입주민들이 이자를 내는 게 일반적이다.

선교동 신축아파트의 분양 계약 내용도 마찬가지여서 입주 예정일까지 중도금을 내지 못하면 ‘54타입’ 입주자는 1일당 약 2만9천원을, ‘84타입’ 입주자는 3만6천원 정도를 이자로 부담해야 한다.

이를 시행사 기준으로 환산하면 아파트 전체 세대에 대해 부담해야 할 이자는 하루당 2천800여만원 이상이다.

때문에 입주자들은 은행 거래에 제한이 있는 주말 몇 시간을 앞둔 지난 6일 오후 9시께 시공사가 사용 승인을 신청한 것도 3일간의 이자 부담을 덜기 위한 것 아니냐고 볼멘소리를 하고 있지만, 제재를 가할 수 있는 법적인 제도가 없어 시름만 깊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김재식 동구의회 의장은 “시행사들이 이자와 준공금 등 금전적인 문제로 인해 승인 신청을 서두르는 것 같다”고 지적하며 “대책 마련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동구 관계자는 “사전점검으로부터 45일 전 사용 승인을 내도 ‘중대 하자’가 없고 거주하는 데 문제가 없다고 판단, 관례적으로 승인을 내줬다”며 “전국적으로 이같은 사례가 많고, 벌칙 조항이 없다 보니 제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안태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