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 드로잉으로 원초적 감정 풀어냈죠” ‘용의 여인’ 박소빈 작가, 내달 22일까지 뉴욕 개인전 ‘픽토그래프 투 사인’ 주제…팬데믹 속 희로애락 담아 내년 4월부터는 베니스비엔날레서 8개월간 초대전 최명진 기자

2023년 10월 25일(수) 19:48

다음달 22일까지 뉴욕 전시회를 갖는 박소빈 작가. ‘I see you, Um Ma’

“인간이 갖는 가장 본능적인 것들을 회화로 써내려 갔어요. 제 작업의 베이스는 갑골문이고, 이는 상형문자이지만 결국은 그림으로 귀결되는 거죠. 한 편의 회화라고 보면 됩니다.”

‘용과 여인’으로 미술계에서 큰 주목을 받은 박소빈 작가가 올해 ‘문자 드로잉’이라는 새로운 작업으로 해외에서 잇따라 전시를 갖는다.

‘픽토그래프 투 사인(PICTOGRAPH TO SIGN)’을 주제로 다음달 22일까지 뉴욕 맨해튼에 자리한 텐리 갤러리에서 열리는 초대전이다. 이번 전시는 그가 처음으로 뉴욕 전시를 가졌던 동일한 장소에서 열린다는 점, 그리고 그녀와 오랫동안 인연을 이어온 탈리아 브라쿠스가 또 다시 기획을 맡았다는 데 더욱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한국을 떠나 미국에서 3년, 중국에서만 12년째 머무는 등 외국에서의 15년 간의 작업활동은 그에게 새롭고도 가슴 벅찬 일이었다. 하지만 2019년 말 코로나가 유행하면서 자신의 작업세계에도 큰 변화가 찾아올 수밖에 없었다는 게 작가의 이야기다.

“코로나 시기 3년 동안 중국과 한국을 오가며 5번의 격리를 거쳤어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작업의 전환점이 찾아오게 됐죠. ‘픽토그래프 투 사인’은 자연스러운 변화의 결과물이 담긴 첫 전십니다.”

전시에서는 6m 대작을 비롯해 250×180㎝ 크기 3점 등 10여점이 출품된다. 작업들은 낙서 같기도 그림 같기도 한 문자들로 채워져 있다.

“기도문이자 일기로 나타낸 제 희로애락이 담겨 있어요. 제 마음의 소통구 역할을 한 셈이죠. 3년이라는 시간 동안 끊임없이 주술사처럼 생각하고, 또 이를 작품으로 표현해냈어요. 하늘과 소통하고 새로운 세상을 꿈꾸며 지속적으로 원초적이고 본능적인 것을 찾아 헤맸습니다.”

또 박 작가는 베니스비엔날레가 열리는 내년 4월부터 11월까지 베니스 비엔날레 협력기관 갤러리인 산비달 아트센터에서 전시회를 갖는다. 이곳은 펠리스 카레나, 버질리오 귀디, 브루노 사에티, 사베리오 람핀, 조르지오 드 시리코, 카를로 카레이 등 유수 예술가들이 거쳐간 공간이기도 하다.

“2018년 베니스비엔날레 이후 두 번째 전시입니다. 세계인의 미술축제 기간에 그것도 8개월이라는 긴 시간 동안 제 작품을 선보인다는 것은 감사하고 기쁜 일입니다.”

내년에는 용의 해를 맞아 각국 도시에서 여러 전시를 펼치는 만큼 작가는 더욱 울림이 있는 자신만의 작품을 선보이고 싶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자기다움이 곧 글로벌한 거라고 생각해요. 예술은 모방을 거쳐 창작으로까지 이어지잖아요. 지역에서만 활동했던 내가 뉴욕과 북경을 오가며 활발한 활동을 해낼 수 있었던 건 주변인들의 도움이 컸습니다. 앞으로도 저만의 특별한 작품세계를 구축해 전세계 많은 이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어요.”

/최명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