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설마했는데…추가 확산 막아야” 축산농가 ‘비상’ ●무안 럼피스킨병 확진 축사 가보니 농장 반경 10㎞ ‘방역지역’ 지정…인근 4개 도로에 차단선 주변 농가 자체 방역…“방역 잘해도 걸린다는데” 전전긍긍 안태호 기자

2023년 10월 29일(일) 20:00

29일 소 바이러스성 질병인 ‘럼피스킨병’ 확진 판정을 받은 무안군 한 축산농장에서 방역 당국 관계자들이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안태호 기자

“아무리 방역을 잘해도 재수 없으면 걸린다는데…큰일이여 큰일.”

29일 오후 무안군 망운면의 한 축산농가. 이날 이곳 농가의 한우 한 마리가 전남지역 최초로 럼피스킨병 최종 양성 판정을 받으면서 흰색 방역복을 입은 가축위생방역 지역본부 관계자들이 출입 통제에 나섰다.

일반인의 접근이 엄격히 제한되면서 살처분을 위한 굴삭기 2대와 대형 크레인 1대가 농장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끝으로 문은 열리지 않았다.

해당 농장 인근 4개 도로에는 차단선이 설치됐다. 또 농장 반경 10㎞는 ‘방역지역’으로 지정됐고, 방역당국은 북무안 IC에 통제 초소를 설치하며 지나가는 모든 차량을 소독했다.

방역지역 내 모든 농가는 순식간에 ‘이동 제한’을 당했다. 발생 이전까지는 농가 자체적으로 조심하는 분위기였지만, 이날부터 28일 동안은 ‘이동 승인서’를 받아야만 소를 내다 팔 수 있다는 게 방역 당국의 설명이다.

하루아침에 이같은 상황에 처하게 된 망운면 축산농가들은 그야말로 “날벼락을 맞았다”며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양성 판정 인근 농가 대부분 자체적으로 외부인의 출입을 엄격히 막았고, 축사 주변에 소독제를 뿌리며 자체 방역에 나서는 등 확산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었다. 불안감과 긴장감 속에서 모기와 진드기를 막기 위해 가림막을 설치하는 곳도 있었지만, 이것만으론 안심할 순 없다는 게 공통된 반응이었다.

망운면의 한 축산농가 주인은 “집에 방충망을 달았다고 해서 모기가 안들어오냐”며 “아무리 방역을 잘해도 재수 없으면 걸리는 게 감염병이다. 추가 확산을 막아야 한다”고 불안감을 내비쳤다.

인근의 다른 한우농가 주인 문모씨도 “설마설마했다. 전남까지 뚫릴 줄은 몰랐다”며 “구제역과 아프리카돼지열병도 ‘남 이야기’였는데 이젠 ‘내 일’이 돼 큰일이다”고 토로했다.

이어 문씨는 “출하 시기가 임박한 소가 대부분인데 이동 제한으로 발이 묶인 것도 골치”라며 “소를 키우며 단 한번도 겪어보지 못했던 위기에 어찌해야 할 지 모르겠다”고 긴 한숨을 내쉬었다.

이와 관련, 무안군 관계자는 “이동제한으로 불편함이 있겠지만, ‘이동 승인서’를 발급받으면 출하가 가능하다”면서도 “우선 인근 농가(615개)를 대상으로 한 육안검사(2만3천여마리)가 먼저다”고 말했다.

이어 관계자는 “현재 럼피스킨병 예방 접종을 위한 백신이 전국적으로 배포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감염 예방에 최선을 다해 병이 더는 확산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안태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