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C시민오케스트라 통해 예술의 길을 묻다 / 박새별

2023년 10월 30일(월) 20:01

박새별 ACC시민오케스트라 악장·영어교사

10월 21일, ACC시민오케스트라가 700여명의 관객에게 멋진 하모니를 선사했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재단의 지역협력프로그램으로, 공모를 통해 선발된 초등 4학년부터 70대까지의 다양한 연령과 직업의 시민 130명이 6개월간 활동했다.

필자는 바이올린을 6살 때부터 31년째 연주해 오고 있다. 내가 바이올린을 한다는 걸 묘사할 마땅한 단어를 찾지 못했다. 음악이 직업은 아니기 때문이다. 매년 연주회를 해왔고, 짧게나마 음악 공부를 위해 유럽에도 다녀왔다. 삶의 대부분인 음악을 ‘취미’라 표현하기에 항상 모자라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이곳에서 완벽한 단어를 찾았다. 바로 ‘생활예술 음악인’이다.

시민예술프로그램은 시민의 능동적인 참여를 기반으로 참여자들이 오랫동안 예술과 함께 할 수 있도록 삶과 예술을 연결해주어야 한다. 그러나 많은 예술체험프로그램은 대중을 관객에 머무르게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참여자가 되는 경우에도 만들기 체험 등 일회성에 그친다.

ACC시민오케스트라가 특별한 점은 시민을 장기간에 걸쳐 생활예술인으로 성장시킨 과정에 있다. 6개월간 130명이 호흡을 맞춰 가면서 음악이 전달하는 메시지를 표현하는 다양한 방식을 익혔다. 슬픔, 기쁨, 용기 등 인간의 감정을 어떤 호흡에 실어서 표현하는지, 그리고 이것을 어떻게 다른 음들과 조화를 이루며 표현하는가를 배웠다. 이러한 과정 자체가 오케스트라가 갖고 있는 예술적 의미이다. 그리고 이는 취미생들의 버킷리스트 실현보다는, 시민이 진정한 예술가로서 성장하는 과정이었다.

또한 지역의 손꼽히는 지휘자, 연주자의 지도, 마스터클래스를 통해 전문예술인과 시민들과의 교류가 일어났고, 공연 관람으로도 열기가 이어졌다. 시민예술인의 성장이 전문예술인들의 활동 확장에도 도움이 되는 것이다.


-왜 생활예술이어야 하는가?

음악 분야는 생활 속에서 손쉽게 다가가기 어렵고, 어린 시절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다. 전공자가 아닌 사람들은 꾸준히 악기를 배우고, 연주할 곳이 없다. 중고교에 진학하면 공부가 먼저라며 배웠던 악기도 내려놓는다. 연주할 곳은 콩쿨 뿐이다. 대학생, 직장인이 된 후에도 학원 수강생 발표회가 대부분이고, 동호회를 결성하더라도 연습실, 연주홀 대관비 등 각종 비용이 만만치 않다. 예술이 일상생활에 이어지기에 참으로 어려운 현실이다.

예술은 모든 사람의 삶에 함께하며,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학교, 지역에서 손쉽게 접근할 수 있으며, 동네마다 생활예술인들의 활동을 지원할 수 있는 기반이 만들어져야 한다. 이러한 기반을 만드는 것이 공적 영역의 책무이다. 직업인으로서의 예술인 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으로서의 생활예술이 널리 확장되고, 그렇게 시민과 전문예술인도 연결되어야 한다. 즉, 엘리트 예술에서 생활예술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체육이 공적 영역의 기여를 통하여 생활체육으로 활성화되어 있는 것처럼 생활예술이 활성화된다면, 전문예술의 영역도 확장되고, 시민 개인의 삶을 넘는 사회적 변화가 있을 것이다.


-5·18민주광장엔 시민 오케스트라가 있다

5·18민주화운동이 품은 평화와 인권의 의미를 예술적으로 승화시킨 이 공간, 국립아시아 문화전당에서 광주시민으로서 공간의 의미를 살리고 있다는 점이 마음을 뜨겁게 했다. 시민이 참여하고, 예술을 통해 교류하며, 모두에게 열린 이곳에서 시민들이 하모니를 만들어 냈다. ACC시민오케스트라는 음악을 통해 이 공간에 있었던 숭고한 시민들에게 우리의 방식으로 경의를 표한 것이다.

또한 바이올린을 연주한 엄마와 딸, 금관 파트에 함께한 아빠와 딸, 가족이 단원으로 함께 참여한 분들을 보며 가족이 함께하는 공간으로 활기가 넘치는 것을 보았다. 음악 자체가 주는 감동, 공간이 주는 감동, 참여하는 시민 존재가 주는 감동이 곧 ACC시민오케스트라의 진정한 의미이다. 예술로 새롭게 태동하는 이곳에서 시민들로 구성된 지역생활예술인들이 만드는 하모니가 오래도록 울려 퍼질 수 있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