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의료원 탈락, 정부가 ‘예타 면제’ 결단하라

2023년 11월 01일(수) 19:39

광주의료원은 시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는 공공보건의 안전망이다. 광주시는 대규모 재난대응체계 확립, 부족한 필수의료 인프라 공급, 공공의료 컨트롤타워 확보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해 왔다. 하지만 소용 없었다.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결국 탈락한 것이다. 경제성이 최대 걸림돌이었다. 병상 규모를 애초 350병상에서 50개 줄이고 광주의료기금(담배소비세 5%) 조성하는 대안을 제시하며 역량을 쏟았으나 허사였다.

2021년 12월 국회가 조속한 사업 추진을 위해 예산을 반영하면서 광주의료원 설립은 재조사 대상 사업으로 선정됐다. 이에 2022년 2월부터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재조사를 수행했으며 경제성과 정책성, 낙후도 등을 반영한 종합평가에서 통과 기준(0.5점)을 넘지 못했다. 광주의료원은 지난 5월 울산보다도 낮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대로라면 재도전한다 해도 어렵다. 사실상 무산됐다.

광주는 병상 공급은 충분한 수준이지만 요양·한방병원이 절반 이상인데다 적정진료가 가능한 300병상 이상 종합병원은 부족한 취약지로 꼽힌다. 의료원은 총사업비 1천970억원을 투입해 시청 인근 상무지구에 연면적 3만5천916㎡ 규모로 필수의료 중심 20개 과목을 진료하는 기관으로 계획하고 있다.

경제성 잣대로는 명백히 한계가 있다. 충족하기 쉽지 않은데 기재부는 국민 기본권을 경제성 논리로만 판단하겠다고 한다. 공익성을 배제하며 지역의 열악한 여건은 모른체다. 매우 유감이다.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공공의료원이 없는 곳은 광주, 울산, 세종 뿐이다. 광주시는 울산과 연대해 예타 면제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한다. 정부는 긴축 재정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양극화 심화에 따라 늘어나는 사회 약자를 돌보는 책무를 되레 외면하는 것인지 의문스럽다.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공공의료의 막중한 기능과 역할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엔데믹을 선언했더라도 끝난 게 아니다. 또 다른 감염병도 계속 출현할 것이다. 광주의료원의 존재 가치를 높이 사야 한다. 결단하라. 정부에 예타 면제를 재차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