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자’는 세상-시각장애인 잇는 다리” ‘97주년 점자의 날’ 맞아 시각장애인복지관서 기념식 ‘훈맹정음’ 4행시 26개 출품…순위권 3명 낭독 ‘감동’ 장은정 인턴기자

2023년 11월 05일(일) 20:33

“우리는 점 6개로 꿈을 꽃피우고 펼칠 수 있습니다.”

지난 3일 오전 10시30분께 광주시 시각장애인복지관. 제97주년 ‘점자의 날’을 하루 앞두고 광주시시각장애인연합회 주최, 광주시립점자도서관 주관으로 기념식이 열렸다. <사진>

광주시립점자도서관은 남구 사동에 위치하고 있으며,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최초로 지난 9월 개관했다.

점자의 날은 송암 박두성 선생이 시각장애인을 위한 한글 점자 ‘훈맹정음’을 만들어 반포한 1926년 11월4일을 기념하기 위한 날이다.

훈맹정음은 점자의 시초 격인 브라유의 알파벳 점자처럼 양각된 6개의 점(가로 2개·세로 3개)을 기본으로 자음·쌍자음·단모음·이중모음 모두 구현이 가능하다.

다만, 한 점만 잘못 읽어도 완전히 다른 말이 되기 때문에 숙달이 필요하지만, 이날 기념식에서 시각장애인들은 능숙한 모습을 보였다.

국민의례, 내빈소개, 표창, 시상, 기념사 후 이어진 ‘4행시 발표’는 해년마다 열리는 점자의 날 행사의 하이라이트로 올해 26명의 시각장애인이 점자를 사용해 직접 만든 4행시를 출품했다.

이 중 순위권에 오른 3명은 직접 연상에 올라 손 끝에 감각을 집중시켜 느리더라도 ‘한 자 한 자’를 또박또박 낭독했다.

그 모습이 온전히 보이진 않더라도, 혼신을 다하는 열정은 충분히 전해져 참석자들은 낭독이 끝날 때마다 박수갈채를 보냈다.

1등으로 선정된 이남석씨는 “평소 책읽기를 좋아했는데 5년 전 시력이 급격히 악화되며 글을 읽을 수 없게 됐다”며 “그러나 점자를 익힌 이후 빛을 볼 순 없어도 희망을 얻게 됐다. 소중하고 아름다운 점자의 매력을 일반인들도 알았으면 한다”고 소감을 전했다.

김형수 광주시립점자도서관장은 “점자는 세상과 시각장애인을 통하게 만들어주는 존재”라며 “점 6개로 꿈을 꽃피우고 펼칠 수 있고, 책 한 권 볼 수 없는 서러움을 떨쳐버릴 수 있어 무엇보다 소중하다”고 말했다.

/장은정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