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정지출 증가와 감세의 쟁점 / 김일태 |
| 2023년 11월 06일(월) 19:4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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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올해 국세수입이 59조 원 넘게 줄어든 것으로 추계됐다. 그 중 법인세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 미중 갈등, 그리고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까지 겹치면서 반도체 업종의 수출 부진 등 대내외 경제여건 악화로 기업의 영업이익과 정부의 감세로 24조 원이 감소했다. 또한 고금리 여파로 인한 부동산 시장의 침체로 양도소득세가 14조8천억 원, 그리고 고물가와 소득 하락으로 소비여력이 감소해 부가가치세가 6조2천억 원 등으로 세수가 급감한 것이다. 이런 세수 부족은 정부의 소비 및 투자지출에서 재정의 성장 기여도가 1분기 0.3%, 2분기 0.5%로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거나 감소하고 있는 상황을 초래했다. 세수 부족분은 추가 국채 발행보다는 외평기금 등 기금 여유재원 약 24조원과 지난 해 남은 돈 세계잉여금 약 4조 원 등을 가용재원으로 메우려고 한다. 이런 경기침체기의 세수가 부족한 상황에서 미래 세대의 부담을 줄인다는 건전재정과 긴축을 유지하려는 정책은 재정지출 자체가 노년과 젊은 층 간 경제적 후생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
거시경제학의 입장에서 경기침체를 타개하려는 재정지출 증가와 감세의 논쟁은 고전적인 쟁점이었다. 전통적으로 정부지출 증가를 찬성하는 측은 재정지출의 전액이 총수요로 이어지지만, 감세는 가처분소득을 증가시키지만 추가된 소득이 전부 소비되지 않고 일부는 저축의 가능성이 있어 저축된 부분은 총수요 증가에 기여하지 못한다고 주장한다. 한편 감세를 선호하는 그룹은 세금 감면으로 인센티브 자극으로 총수요와 총공급을 증가시켜 인플레이션 압력 없이 생산이 증가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정책적으로 미국에서는 1981년 레이건, 2001년 조지 W. 부시 시절에는 감세로, 1993년 클린턴 행정부는 증세로, 2009년 오바마 행정부에서는 대침체기에 총액의 1/4인 세금 감면과 3/4인 추가적인 재정지출로 구성된 경기부양책을 시행했다. 미국에서 경기부양책으로 감세와 정부지출 간의 선택과 효과에 대한 평가는 극명하게 당파적 성향에 크게 좌우되고 있다. 실험적으로 2009년 오바마 행정부에서 거시경제모형을 이용한 시뮬레이션을 시행한 결과는 세금을 1달러 인하하면 GDP가 0.99달러 증가하지만 정부구입을 1달러 늘리면 GDP가 1.59달러 증가하여 재정지출이 감세보다 효과가 더 크다고 추정했다(맨큐의 경제학).
특히 미국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폴 크루그먼은 「폴 크루그먼, 좀비와 싸우다(Arguing with Zombies)」(2020)에서 “부유층 및 대기업의 세금을 감면하면 투자와 경제활동이 활발하게 되고 그 과실이 차츰 소득하위계층까지 퍼진다”는 (부자)감세를 “최강 좀비”로 혹독하게 비판하고 있다. 공화당은 1981년 이중 침체인 더블 딥(double-dip recession) 시기에 일시적 감면정책의 일환인 일회성 세금 환급으로 1982-1984년의 호황을 누렸다고 주장했지만 크루그먼은 레이건의 감세가 아니라 이자율 하락의 금융 완화조치의 결과이고 2001년 부시 행정부 감세는 금융 붕괴로 이어져 효과가 없지만 1993년 빌 클린턴 시절에 세금을 인상했지만 규모의 경제를 확장시켰다고 주장한다. 이처럼 재량적 재정정책(discretionary fiscal policy)은 당파적인 성향을 지닌 의도적인 정책으로서 경기침체기에 경기부양을 위해 조세를 감면하거나 정부지출을 증가시키는 법안을 통과하는 정치적 행위이다. 이런 정책은 학자들 간에도 의견이 갈리고 정치적 논쟁을 불러일으킨다.
이번 기회에 국가적 위기에 준하는 대내적 여건이나 금융 및 오일 쇼크나 코로나19와 같은 경기침체기에 재정적자를 정당화하는 준칙(rule)을 마련하는 것이다. 그리고 경기수축기에는 세금을 줄여 확장적 재정정책을 운영하고 경기팽창기에 세금을 증가시켜 자동적으로 긴축적 재정정책을 실행할 수 있는 정부지출과 조세, 그리고 실업보험 등의 이전지출의 체계를 조합하는 자동안정장치(automatic stabilizer) 도입을 진지하게 고민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