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곡동 금광(金鑛)과 100년의 명암(明暗) / 박준수 |
| 2023년 11월 07일(화) 19:5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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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바랜 한 장의 사진을 보고도 수많은 시간과 조우할 수 있는 것은 우리의 기억 속에 시간이 차곡차곡 쌓여 있기 때문이다.
그 기억들은 우리의 삶에 한 그루 느티나무가 되어 무성한 잎을 돋우며 훈훈한 추억을 선물한다. 그리고 어느 순간, 그 기억들은 인간사의 인연을 잉태한다.
지난 10월13일 광산구 임곡동 임곡초등학교 개교 100주년 기념식이 있었다. 총동창회와 주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기념비 제막과 체육행사 및 축하공연 등 흥겨운 잔치마당이 펼쳐졌다.
이날 모처럼 한 자리에 모인 주민들은 한결같이 과거의 번성했던 임곡의 기억을 떠올렸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임곡은 인구가 2만 명에 달했고 임곡초등학교 학생수가 1천300명이 넘었다고 한다. 또한 면 소재지임에도 광주 변두리보다 전기가 먼저 들어왔고, 하루 한번 영화가 상영되는 극장과 고급요정이 3곳이나 있을 정도로 도시문명이 일찍 유입되었다.
-용진산 금광 발견으로 마을 번창
임곡(林谷)이란 지명처럼 산으로 둘러싸인 전형적인 농촌마을인 이곳이 한때 도시못지 않게 번창한 배경은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바로 인근 용진산에서 금광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일제강점기에 개발된 금광은 1970년대까지 50여년간 운영되다가 채굴이 종료돼 폐광됐다.
1937년 1월17일자 경성일보(일본어판)에는 임곡면 용진산에서 ‘자연금괴’가 발견됐다는 기사가 사진과 함께 실려 있어 눈길을 끈다. 기사내용을 보면 다음과 같다.
“실로 진귀한 자연금괴 노다지가 최남주씨(광주 거주) 소유 호남선 임곡면 용진광산에서 1월4일 채굴됐다. 광산 감독 백홍주씨와 수 명의 광부가 너무 기뻐서 자동차를 빌려 광주로 옮겨왔다. 그리고 동 금괴를 여관에 두고 언제라도 보물처럼 볼 수 있도록 했다. 금광 갱구는 89개, 금광맥은 천 척(310m) 이상의 것이 11개나 됐다. 그리고 광산 감독자는 101명, 광부는 1천100명이 동원됐다. 자연금괴가 발견된 노다지는 제2호 갱구에서 채굴된 것인데, 제5 광맥이 가장 우수해 전도유망하다.”(번역: 김정훈 전남과학대 교수)
금광에 대한 이야기는 널리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지금도 주민들 사이에서는 마치 어제 일처럼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고 있다.
70대 중반의 이 마을주민은 “초등학교 때 옆집에 광부가 살았는데 퇴근하면 도시락에 광석을 몰래 가져와 숯불에 녹여서 금을 제련하는 모습을 직접 목격했다”고 말했다.
당시 금광은 ‘노다지’라 불릴 정도로 부가가치가 높아 순식간에 임곡이 소읍(小邑)으로 커지는 원동력이 됐다.
그리고 때마침 일제가 부설한 호남선이 개통을 하게 되었는데, ‘노다지’ 수송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임곡역을 개설했다.
임곡역이 들어서자 마을구조는 새로운 변화를 맞게 됐다. 기존 원(元)임곡에 있던 기관들이 역이 소재한 신(新)임곡으로 옮겨오고 지서와 면사무소, 우체국, 학교 등 각종 기관들이 포진해 행정치소로 발전했다.
금광은 1970년대 초반까지도 유지됐는데 금을 캐기 위해 깬 석재의 양이 엄청나게 나왔다. 이 돌들은 광주 군공항 활주로 건설에도 이용됐다. 복영마을에 있는 금광굴은 현재 새우젓갈 등을 보관하는 장소로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금광이 폐광된 이후 전국에서 몰려든 광부들이 흩어지고 상권이 쇠퇴하면서 점차 활력을 잃게 됐다. 현재 임곡동은 인구가 1천500명으로 급감하고 임곡초등학교 재학생수도 31명에 불과할 정도로 낙후 지역이 됐다.
-임곡역 주변 일대에 개발 바람
다행스럽게도 임곡은 최근 임곡역 주변 일대에 개발 바람이 솔솔 불고 있다.
현재 임곡역사와 구 임곡역사 사이 3천평 부지에 아파트 160여 세대가 들어설 예정이라고 한다. 이미 부지매입이 완료돼 농협 주유소도 벽파 삼거리로 이전했고 노인회관도 조만간 부근 다른 건물로 옮겨갈 것이라고 한다. 아파트가 들어서면 500명의 인구가 유입돼 활기가 살아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주민들은 임곡의 발전을 위해서는 광일고등학교의 평준화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평준화가 되면 중학교와 초등학교 학생이 늘어나고 이는 다시 주민증가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임곡동은 100년의 부침을 겪으면서도 느티나무처럼 무성한 그늘을 드리우며 새로운 희망을 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