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트라우마센터 개원 ‘적신호’ 정부, 예산 삭감…조직 절반 넘게 축소 양향자 “제 역할 하도록 예산 증액해야” 김진수 기자

2023년 11월 09일(목) 17:48

내년도 예산 삭감으로 국립국가폭력트라우마센터(이하 트라우마센터) 광주 본원 개원에 적신호가 켜졌다.

국회 예산결산위원회(이하 예결위) 양향자 의원(한국의희망, 광주서구을)이 9일 행정안전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광주·제주 트라우마센터의 연평균 등록 인원이 매년 500명씩 증가하고 있으며 5년 뒤에는 2배 이상 뛰어 광주 2천1명, 제주 3천83명이 등록될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트라우마센터의 내년 편성 예산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2018년 행안부 용역조사에 따르면 트라우마센터 광주 본원의 적정 인원은 60명이며, 연간 61억원 이상을 편성해야 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그러나 올해 행안부가 조직 규모를 절반 넘게 줄인 것에 이어, 기재부에서는 용역 결과의 6분의 1 수준으로 조직을 축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심지어 기재부는 전액 국비 지원 예산을 지자체로 전가하기까지 했다.

양 의원은 “트라우마 센터의 전액 국비 편성과 예산 대폭 증액이 필요하다”며 “국가폭력 트라우마 치유센터는 광주·제주만이 아닌 모든 국가폭력에 의한 트라우마를 치유하는 국립 기관”이라며 “지자체의 재정 상태와 관계없이 안정적인 국가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광주 센터에 등록된 회원의 60%는 한국전쟁 민간인 학살, 여순사건, 부마항쟁, 간첩조작사건 등 전국 단위 피해자다.

양 의원은 “국가폭력 트라우마 피해자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현재 예산으로 배정된 상담 인력만으로는 감당할 수 없다”며 “현재 광주 본원의 경우 전문상담사 1명당 188명을 상담하고 있다. 등록자 1명 당 1년에 8회를 상담하므로 1년에 1천504번의 상담을 해야 한다. 제대로 된 상담이 이뤄질 수 있겠는가”라고 질타했다.

실제 국가폭력 트라우마 피해자 수는 지속 증가할 전망이다. 행안부 연구 용역 결과에 따르면 국립치유센터 설립 후 예상 치유대상자 수는 1년 이내에 6천300명, 3년 이내에 1만9천명에 이를 것으로 조사됐다.

양 의원은 “5·18 민주화운동 관련자 55.7%가 PTSD(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호소하고, 자살을 하신 분이 40명을 넘어간다. 불의한 국가 폭력으로 발생한 상처가 여전히 방치돼 있다”며 “진정한 용서와 화해는 상처의 치유에서부터 시작된다. 트라우마센터가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이번 예결위에서 반드시 증액을 이뤄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양 의원은 2020년 ‘국가폭력트라우마센터 설립법’을 대표 발의하고 통과시켰으며 조속한 개원을 위해 임기 첫해부터 예산을 반영시킨 바 있다. /김진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