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초유 경영난 한전 재무 개선에 진정성 다해야

2023년 11월 09일(목) 19:29

한국전력이 조직 혁신 및 인력 효율화, 자산 매각을 골자로 한 자구 대책을 발표했다. 먼저 ‘8본부 36처’에서 ‘6본부 29처’로 조정하고, 유사조직 통합, 비핵심 기능 폐지 등으로 전체 20%를 축소한다. 2001년 발전사 분사 이후 최대 규모다. 공공기관 혁신 계획에 따라 감축한 정원 초과인원 488명을 연말까지 줄이고, 설비 관리 자동화 등을 통해 2026년까지 700명도 추가 감원하기로 했다.

아울러 서울 노원구 공릉동 소재 인재개발원 부지를 팔고, 자회사인 KDN의 지분 20%를 국내 증시 상장 후 내놓는다. 지분 38%를 보유한 필리핀 칼라타간 태양광 사업의 지분도 전량 매각한다. 한전은 국제 연료가격 폭등 등 영향으로 2021년 이후 누적적자 47조원, 올해 상반기 기준 누적부채가 201조에 달하고 있다. 국내 최대 공기업이 사상 초유의 경영난에 직면해 있다. 지난 5월 25조7천억원 자구안에 이어 이번에 ‘뼈를 깎는 구조조정’ 특단책을 제시하며 강력한 이행 의지를 드러냈다.

인상 필요성이 제기돼온 전기요금도 조정한다. 산업용(대용량)은 킬로와트시(㎾h)당 평균 10.6원 올리며, 가정용과 소상공인·중소기업용은 동결했다. 원가 상승분을 반영하되 물가, 서민 경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조치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일각에서 천문학적 부채 해결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평가도 있다. 현재의 적자가 전기를 팔면 팔수록 손해 보는 역마진 구조에서 비롯되는 만큼 원가에 기반한 현실화가 요구된다는 것이다. 국제 에너지 값이 오르면 반영돼야 한다는 주장인데, 내년 4월 총선 이후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노조는 지금의 요금을 미래세대에 떠넘기는 것이라며 비판했다.

눈덩이 적자에 따른 차입금이 급증해 하루 이자 비용만 약 118억원이 발생하고 있다. 한전은 가용한 모든 역량을 쏟아 절체절명의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다짐으로 몸집부터 줄이며 안간힘을 쓰고 있다. 김동철 사장은 “기업으로서 버티기 어려운 한계치에 도달했다”고 진단했다. 책임있는 역할을 수행하며 재무 개선에 성공할 지 국민적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