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인화의 '5월이야기']국립 루브르 아부다비 박물관 5·18민주화운동 기록관장

2023년 11월 09일(목) 19:29

얼마 전, 아랍에미리트 수도 아부다비에 다녀왔다. 국립박물관 루브르 아부다비를 보고서 깜짝 놀랐다. 자연과 조화를 이룬, 신비감이 감도는 외관에 먼저 빠져들었다. 그리고 내부 전시작품에 또 다시 정신을 잃었다. 두바이는 많이 알고 있는데 반해 아부다비는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다. 아부다비는 아랍에미리트(UAE)의 7개 토후국 중 가장 큰 지역이다. 이곳에는 160만 명이 거주하고 있으며 다양한 문화와 유적지 홍보 차 국제회의도 자주 연다. 필자는 국제기록기구회의(ICA)에 참석하기 위해 아부다비에 갔었다.

회의가 끝나고 루브르 아부다비를 방문했다. 왜 그곳이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의 세계최초 분관인 줄을 알게 됐다. 건축가 장 누벨(Jean Nouvel)이 설계하고 건설한 박물관은 물과 빛을 테마로 해 방문객들에게 매우 특이한 경험을 하게 했다. 거대한 은빛 돔은 그 자체로 압도적이었으며, 구멍이 숭숭 뚫리고 빛과 그늘도 어우러져 신비감을 증폭시켰다. 뚫린 구멍에 빛은 물론 비도 통과해 이를 ‘빛의 비’라 칭했다. 박물관 내부에서 이를 바라보면 매혹적이었다. 오아시스에 야자수 잎사귀들로 얼기설기 겹친 것 같은 이색적인 느낌을 자아냈다. 그늘과 빛줄기가 있고 수로와 돔 지붕 때문에 태양이 뜨거운 사막의 날씨에도 시원하기 그지없었다. 바다 위에 둥둥 떠 있어서 다른 곳에서 접할 수 없는 신비한 느낌을 가졌다. 전통과 연계된 건축물은 시각적으로 거부감 없이 눈에 포옥 안겼다.

루브르 아부다비는 사막에서 시작했다. 사막 평지인 사디야트 섬 해안에 건물공사를 다 끝낸 후 바닷물을 채우는 방식으로 세워졌다. 덕분에 물위에 떠있는 것 같은 느낌을 갖게 했다. 사막이 바다로 변한 것이다. 정말 경이로웠다. ‘아, 이렇게가 가능하구나’하면서 경탄해마지 않았다. 일상을 넘어 꿈을 꾸게 되면 현실에서 불가능한 것을 이룰 수도 있다는 것을 현실적으로 보여준 사례였다. 바다에 박물관이 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현재 세계 현대 도시의 불가사의 중 하나로 여겨지는 루브르 아부다비는 아랍 세계 최초의 유니버설 박물관일 뿐만 아니라 아랍 에미리트의 야망과 성취를 보여주는 강력한 상징으로 부각되고 있다.

신비감으로 꽉 찬 외형 뿐 아니라 내부공간도 대단했다. 내부 전시공간에선 전 세계의 가치 높은 유물들과 예술 작품들이 즐비하게 전시되고 있었다. 일본 유물과 중국 유물도 있었고 한국 유물도 1점 전시돼 있었다. 원본 고흐의 작품도 만나고 칸딘스키 작품도 만났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등 르네상스 작가 뿐 아니라 인상파 작가의 작품도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줄을 지어 작품 감상에 몰두하고 있었다. 작품을 관람하면서 박물관 뒤로 지는 일몰은 경이로움 그 자체였다. 너무 황홀한 경험이었다. 자연과의 조화를 염두 에 두고 설계하고 지은 건축물임이 틀림없었다.

루브르 아부다비는 다양하고 포용적인 박물관임을 자랑스럽게 여겼다. 문화적 연결에 대한 이야기를 공유하고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문화권 사이에 많은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깨닫도록 돕고 있었다. 어디에서 왔든 어디에 살든 인류의 진정한 글로벌 역사를 알리고 있었다. 기록물 활용도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잘 활용하고 있었다.

UAE는 석유와 천연가스 보유국이자 이를 바탕으로 축적한 부를 통해 정치적 안정과 세제 혜택, 매력적인 투자환경을 제공하며 전 세계 무역, 금융, 교통, 관광산업의 중심지로 거듭나고 있다. 일곱 개의 토후국으로 이루어진 연방국가인 UAE 경제는 사실상 석유&가스 산업을 기반으로 한 아부다비와 항공, 관광, 무역 서비스산업을 기반으로 한 두바이가 주도하고 있는데 서로 연합하고 노력하고 있음을 눈으로 확인했다.

루브르 아부다비를 보면서 자연과의 조화, 사람들 간의 조화를 애쓰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또한 지나간 과거 역사, 즉 전통과도 같이 호흡하려는 노력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러한 마음이 바다에 도시를 건설하게 하고 사막에 빌딩을 짓게 하는 원천적 힘이 아닌가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