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술의 사회적 가치에 대한 실험 - 광주예술로 / 주홍 |
| 2023년 11월 09일(목) 19: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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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적 상상력과 표현력을 갖춘 예술가들이 지역사회에 더 적극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한국예술인복지재단에서 예술인의 창작 활동을 지속할 수 있게 하고 ‘예술의 사회적 가치’를 궁리하며 만들어진 사업이 ‘예술로’다. 6개월 동안 참여예술인들에게는 창작지원금으로 한 달에 120만원이 지급된다. 예술인 복지 기금이다. 예술인들에게 6개월 동안의 고정수입은 새로운 작업을 지속하게 하는 마중물이다.
2020년부터 광주문화재단에서 이 ‘예술로’ 사업을 광주의 예술인들과 기관, 기업에 적용하고 4년째 실험 중이다. 올해는 다양한 장르의 예술인 5인으로 구성된 14개 팀이 광주의 기관이나 기업과 매칭돼 6개월 동안 서로를 알아가며 기관과 기업의 문제와 요구에 예술적 상상력과 재능으로 다양한 가능성을 실험했다.
‘예술로’는 그 과정과 결과가 실험예술이고 전위적이다. 그 이유는 다양한 장르에서 자유롭게 활동하던 예술인들 5인이 1팀을 이뤄 협업하게 되고, 기관이나 기업이라는 공리와 이윤을 추구하는 조직문화와 6개월 동안 예술로 협업하는 과정이기에 서로 낯설고 익숙하지 않은 세계를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익숙한 광주라는 도시에서 활동하지만, ‘광주예술로’의 6개월은 낯선 곳으로의 여행이다. 잘 모르는 사람들과 만남이기에 갈등도 필연적이다. 참여 예술인들과 기관, 기업 사이에서 갈등을 해결하며 문제해결 능력을 발휘하는 예술인이 리더예술인이다. 새로운 사람들과 잘 융합하며 서로의 요구를 경청하고 전달하여 창조적 시너지가 도출되도록 안내하는 역할이기 때문이다. 광주예술로 사업에서 예술의 사회적 가치의 창출은 리더예술인의 방향설정과 헌신이 없으면 어려운 일이다. 기업의 요구와 예술가들의 생각은 그 방향이 다를 수 있고 예술인들의 생각도 모두 다르기 때문에 같은 방향으로 물꼬를 터서 나아가고 서로에게 성공적이고 만족도 높은 결과를 내는 일은 쉽지 않다. 그 협업이라는 어려운 길을 6개월 동안 수행한 리더예술인들에게 멘토로서 박수를 보낸다.
예술가들은 간섭받기 싫어한다. 예술인들의 자유로움을 존중하고 창의적인 발상을 실행할 수 있도록 기관과 기업에서 적극적으로 협력하며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주고 활동의 영역을 확장시킨 기관과 기업이 있었고, 그 헌신이 돋보였다. 서로 존중하고 아름다운 시선으로 바라보며 격려하는 마음이 없다면 6개월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갈등만 빚다가 끝날 수도 있다. 광주예술로 사업에 참여하는 기관이나 기업은 기본적으로 사회적 공헌에 가치를 두고 있다. 그래서 참여 기업들이 참 고맙다.
월드뮤직 공연과 퓨전국악 교육 기업 루트머지, 광주사람들의 아름다운 이야기를 발굴하고 근-현대사를 바로잡는 민족문제연구소 광주지부, 문화와 통합예술 교육의 터전을 만들고 있는 기업 더아람, 구도심 대인동에 소극장 연바람과 전시공간을 운영하는 예술이빽그라운드, 문화예술기획으로 과거의 이야기와 현재의 시공간을 연출하는 와사비아, 중증장애인들이 만든 빵으로 장애인들의 일자리와 삶의 터전을 일구는 기업 틔움, 구도심 도시재생의 새로운 사례를 만들어가고 있는 계림동도시재생센터…. 이 일곱 팀의 멘토가 돼 진행 과정을 지켜보며 멘토이자 광주시민으로서 참 고마웠다.
기업의 대표나 홍보담당, 기관의 사무국장 등 바쁜 일정 가운데 기꺼이 개인 시간을 내서 예술인들을 환대하고 협업했다. 그리고 예술가들과 함께하는 ‘재미’를 느끼고 감동했다. 이윤만을 추구하는 기업의 입장보다는 예술과 공동체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헌신했다.
2023년 광주예술로의 과정과 결과를 돌아보며, 이 존중의 태도가 기업과 예술인 서로에게 시너지를 일으켰고, 그 결과물은 예술작품이 됐으며, 협업의 과정은 함께 예술로 놀았던 경험과 기억으로 남게 된 것이다. 예술인들은 기본 소득으로 창작할 수 있었고 기관과 기업은 새로운 방식으로 조직의 문제를 바라보고 해결할 수 있었다. 광주예술로 사업은 이렇게 사회적 가치를 이미 품고 있는 것이었다. 광주에는 이런 일을 수행하는 광주문화재단 예술인보둠센터가 있다. 두드려보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