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기 전 좋은 소식 전해 주오” 강제동원 피해 정신영 할머니, 법정서 日 만행 증언 안재영 기자

2023년 11월 10일(금) 07:45

“미쓰비시의 사과만 받았으면 좋겠어. 잘못했다고.”

9일 일제강제동원 피해자 정신영(93) 할머니가 광주지방법원에서 본인 신문을 마치고 나온 뒤 한 말이다.

이날 광주지법 민사13부(부장판사 임태혁)는 정 할머니 등 4명이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낸 2억4천만원 상당의 손해배상 소송 변론기일을 열었다.

지팡이에 몸을 의지하며 증인석에 나온 정 할머니는 미쓰비시의 만행을 증언했다.

정 할머니는 1944년 5월 14살때 나주에서 징용돼 일본 아이치현 미쓰비시중공업 나고야항공기제작소에서 약 17개월 동안 강제로 페인트 보조 작업 등을 했다.

노동의 대가로 제대로 된 식사는커녕 과자값도 되지 않는 월급을 받은 정 할머니는 광복 후 고향에 돌아왔다.

정 할머니 등은 지난 2020년 미쓰비시를 상대로 소송을 걸었고, 2021년 일본 연금기구는 정 할머니의 후생연금 탈퇴수당이라며 한화 931원을 지급했다.

이 모든 사실을 증언한 뒤 정 할머니는 “할머니들이 죽기 전 좋은 소식을 전해주면 좋겠다”며 “일본 정부와 미쓰비시중공업은 진심 어린 사과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통령이 나서면 쉽게 될 일”이라며 피해자들의 명예 회복은 커녕 제3자 변제를 추진하는 정부에 일침을 가했다.

한편 정 할머니 등이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내건 이번 소송의 선고 공판은 다음 해 1월18일 오전 9시50분 광주지법 제303호에서 열린다./안재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