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향 광주의 자존심, ‘예술의거리’ 활성화 요원하나

2023년 11월 12일(일) 19:42

예향 광주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장소인 광주시 동구 궁동 ‘예술의거리’를 바라보는 눈길에는 양갈래의 감정이 담겨있다. 예술로 특화된 특정 장소에 대한 자부심이 있는 반면 한편으로는 안타까움이 교차하고 있다. 잘 만 하면 그 어느 지역에도 없는 특성화 거리로 키울 수 있는데, 지금의 상황은 되레 어디에도 내 놓을 수 없는 그저그런 장소이기 때문이다.

예술의거리는 예향으로 불리는 광주시의 지역적 강점을 살려 특색있는 문화공간을 조성한다는 명분으로 지난 1987년 탄생했다. 초기에는 제법 기대를 모았다. 해당 기초자치단체인 동구에서도 예술인과 예술 관련 단체에 대한 지원사업을 적극적으로 펼쳤다. 이같은 노력의 결과로 1990년대에 이어 2000년대 초까지 광주를 대표하는 문화·예술거리로 자리매김했다. 현재 606m의 예술의거리에는 180개 업체가 입주해 있다. 화랑, 필방, 화실, 서예원, 공방에다 갤러리, 예술극장도 운영중이다.

이처럼 외형적으로는 제법 규모를 갖추었으나 속내를 들여다 보면 여기저기에 보완해야 할 현안들이 산재해 있다. 무엇보다도, 광주시민과 관광객이 예술의거리를 찾지 않으면서 거리는 생기를 잃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광주시와 해당 자치단체인 동구가 그동안 손을 놓고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각종 지원 사업을 해마다 진행했으며 새로운 프로그램을 시도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이 곳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면 그 원인을 찾아보고 대안을 강구해야 할 시점이다. 거리는 이미 조성돼 있기 때문에 사람이 모일 수 있는 방안과 지원이 있다면 예술의거리 활성화는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먼저 예술의거리와 같은 특색있는 거리를 활용해 이 곳은 물론, 인근 구도심까지도 사람들이 찾아오는 곳이 될 수 있도록 민·관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아야 한다. 이와함께 행정기관에서는 단방약 같은 단기 계획보다는 중장기 계획을 세우고 끈기 있게 추진해야 한다. 특히 이 곳을 삶터로 삼고 있는 운영자와 작가들이 지자체 지원에만 기대는 것이 아닌 자발적인 자생 노력도 뒤따라야 할 것이다.

예술의거리는 예향 광주의 또하나의 상징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