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시대인가 메가서울시대인가? / 이용연

2023년 11월 12일(일) 19:42

이용연 마을자치연구소 대표·광주마을학교 교장

지난 11월1일 지방시대위원회는 ‘제1차 지방시대 종합계획(2023-2027)’을 발표하고 지방시대 구현을 선언했다. 이 계획은 2004년부터 따로 수립해왔던 ‘국가균형발전 5개년 계획’과 ‘지방분권 5개년 종합실행계획’을 묶은 첫 통합계획이다. 그런 가운데 국민의힘이 뜬금없이 경기도 김포시의 서울 편입을 추진하겠다고 선언한데 이어 고양, 군포, 구미, 하남시 등 서울 인근지역의 편입까지 들고나와 정국을 흔들고 있다.

여당이 나선 인근 도시의 서울 편입이 내년 총선을 겨냥한 매표성 선심 공약으로 치졸한 선동이라고 웃어넘기기에는 나라와 지방의 미래에 미치는 파장이 너무 크고 파괴적이다. 여권의 이런 행보는 정부가 모처럼 제시한 지방시대 종합계획의 정책목표와 방향에 크게 모순될 뿐만 아니라, 윤석열 대통령까지 나서 발표한 ‘지방시대 선언’이 구호에 불과할 거라는 의심을 짙게 한다. 집권 여당이 ‘메가 서울 만들기’에 발 벗고 나서는 데, 대통령이 ‘지방을 살리자’고 한들 누가 그 말을 진실로 믿겠는가?

때마침 한국은행은 2일 열린 지역경제 심포지엄에서 ‘지역 간 인구 이동과 지역경제’ 보고서를 발표했다. 여기에서 전국 청년들의 수도권 쏠림이 우리나라 저출산과 성장잠재력 훼손의 요인이므로 수도권이 아닌 곳에 거점도시를 만들어 산업과 사회간접자본시설을 집중해야 한다는 처방을 내놓았다.

또한 보고서는 “현재 지역 간 인구 이동 추세를 방치하면 30년 뒤인 2053년엔 전체인구가 600만 명 감소하며, 수도권 비중은 53.1%까지 높아진다”고 예측했다. 그러나 “거점도시를 구축하면 수도권 비중은 같은 기간 최대 45.2%까지 감소하고, 인구 감소 폭도 약 50만 명 줄일 수 있다”고 제안했다.

굳이 권위 있는 기관인 한국은행의 보고서가 아니더라도, 지방거점도시를 개발해 일자리와 사회적 인프라를 확충해 국토균형과 지방시대를 실천해야 나라의 쇠퇴와 지방의 소멸을 막을 수 있다는 주장은 이제 상식이고 논거는 차고 넘친다. 너무나 당연한 사실을 무시하고 메가시티 서울만들기에 올인하는 집권여당은 지난 1년8개월 동안의 민주주의 퇴행에 더해, 지방과 청년들의 미래까지 정치적 욕망의 재물로 만들고 있다.

국민의힘은 국토나 도시, 지방 전문가 뿐만 아니라, 김동연 경기도지사, 심지어 여당 소속의 인천, 충남, 대구단체장들까지 반대하고 나서는 우려를 깊이 새겨야 한다. 그래서 메가시티 서울 만들기를 즉시 철회하고 소멸 위기 지방을 살리는 지방거점개발에 나서야 한다. 국민을 이념으로 갈라치고, 서울과 지방으로 갈라치는 갈등과 분열의 정치는 이제 그만두자.

그럼 광주·전남은 어찌할 것인가? 매년 구례군 인구만큼 2만5천명이 줄어드는 광주·전남은 우선 지방시대위원회가 2026년까지 추진할 ‘제1차 지방시대종합계획’을 꼼꼼히 분석해 거점도시 전략을 마련하자. 계획에 담긴 광주·전남 초광역권의 ‘친환경에너지 클러스터와 차세대 모빌리티 생태계 조성’을 취약한 산업구조를 개선하는 기회로 활용하길 기대한다. 아울러, ‘기회특구’와 ‘교육발전특구’도 추진해야 한다.

특히 ‘교육발전특구’는 지역의 우수한 교육인프라를 적극 활용하고, ‘AI형 미래 교육·인력양성중심 거점도시’로 청사진을 제안하면 설득력이 충분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먼저 할 일은 광주·전남의 내부 반성과 노력이다. 시대의 흐름과는 거꾸로 분리와 갈등, 대립만 더하고 있는 광주시와 전남도는 각성해야 한다. 비록 통합은 아니더라도 광주·전남의 연합과 협력으로 ‘광주·전남 메가시티’ 구축 기반을 시급히 함께 만들어가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