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여는 詩]검버섯 / 강영임

2023년 11월 12일(일) 19:42

강영임

내 마음 받아 달라 안달복달 치대다
신발 뒤축 닳듯이 쪼그라든 중성자별

블랙홀

스러진 별들

손등에 박혀 있는
(시집 ‘시간은 한 생을 벗고도 오므린 꽃잎 같다’, 한그루, 2023)

[시의 눈]

내 손등에도 벌써 ‘검버섯’이 낭자하군요. 아침마다 손 씻을 때는 헛짓인 줄 알면서도 비누칠을 하며 ‘안달복달 치대기’를 여러 번 하지요. ‘왜 그리 화장실에서 오래 있어요?’ 이따금 아내조차 내 행동이 미심쩍은 듯 묻곤 합니다. 그래, 나는 얼른 양보하고 말지요. 문틈으로 보아하니, 그녀도 오른 엄지와 검지를 세워 뿌득뿌득 시드는 손목을 치대고 있군요. 젊은 날 윤기로 반짝여 백옥같던 손은 누구를 찾아갔을까요. 허어, 무관심으로 그걸 놓치기나 했다는 듯 나는 또 후회해 봅니다. 커지는 ‘블랙홀’로 저승 속 연기처럼 스며들고 있는 손등의 ‘검버섯’을 들여다보는 것은 참 고역입니다. 그게 세월을 먹고 자란다는 걸 알 때, 나도 몰래 속이 있는대로 상하네요. 참, 아무래도 내일은 이름만 들어도 윤이나는 문지윤 성형외과에 가야겠어요. 석 달 후에 50여 명을 초청할 큰 행사가 잡혀 있네요. 이런 점박이투성이로는 악수하기가 좀 그렇다니까요. 아따 내친김에, 얼마 전 자전거 타다 콧잔등에 얹혀진 저승꽃도 따내야겠어요. 돈이요? 허, 아름다워지려는데 그깟 돈이 문제가 아녜요. 강영임 시인은 제주 서귀포에서 나, 2022년 고산문학대상 신인상으로 등단했습니다. 그는 과거 소멸하거나 부재하던 여러 징표들에서 그 흔적과 상흔을 일깨워 내며, 이따금 그 통점의 끝도 침처럼 튕겨내 보이는 시인입니다.<노창수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