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행자의 날’…광주 통행 우선도로 ‘전무’ 작년 도로교통법 등 개정…광산구, 1곳 지정했다 철회 좁은 골목 사람 지나가도 차량들 ‘쌩쌩’…사고 위험 ↑ 장은정 기자

2023년 11월 12일(일) 20:20

‘보행자의 날’(11월11일)이 올해 14회째를 맞았으나 광주에는 보행자들이 우선해 다닐 수 있는 도로가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행정안전부 등에 따르면 ‘보행자의 날’은 국민 건강을 증진시킬 수 있는 걷기의 중요성 등을 확산하기 위해 지난 2010년 11월11일 국가기념일로 지정됐다.

이에 따라 정부는 보행자들이 안전하게 통행할 수 있도록 관련 법안들을 정비해 오고 있다.

이 중 보행안전법·도로교통법 개정안이 지난해 1월11일 공포, 같은 해 7월12일 시행돼 ‘보행자 우선도로’가 설치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보행자 우선도로는 차도와 보도가 분리되지 않은 도로에서 보행자의 통행이 차량의 이동보다 우선되도록 지정된 도로를 말한다.

지난 9월31일 기준 행안부에서 전국 17개 시·도를 대상으로 파악한 보행자 우선도로는 ▲서울 114곳 ▲전북 22곳 ▲부산 13곳 ▲대구 7곳 ▲대전 4곳 ▲충북 4곳 ▲경남 4곳 ▲경기 3곳 ▲강원 2곳 ▲충남 1곳이며 광주·전남·대구·인천·울산·세종·경북·제주에는 보행자 우선도로가 없다.

광주의 경우 지난해 7월 광산구 송정동 1168번지가 보행자 우선도로로 지정됐으나, 수일 만에 철회된 이후 아직까지 새롭게 지정된 곳은 없는 상황이다.

송정동 1168번지 보행자 우선도로 지정 철회는 인근 송정로 8번길이 이미 ‘보행자 친화도로’로 운영되고 있어 8번길을 보행자 우선도로로 운영해보자는 의견에 따른 것으로, 광산구는 오는 12월 이전 8번길을 보행자 우선도로로 지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광산구는 지정 이후 긍정적인 효과 발생 시 송정동 1168번지도 추가 지정해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보행자 우선도로 외에도 지난해 4월20일 시행된 도로교통법 개정안에 따라 이면도로 등에서 우선돼야하는 보행자 통행도 지켜지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실제 지난 11일 찾은 광주 동구 독립로의 한 골목길을 지나는 차량들은 이곳이 이면도로임에도 불구, 지나가는 보행자가 있건 말건 상관하지 않고 지나기 일쑤였다.

또 도로 양쪽의 불법 주정차로 인해 차량 한 대가 겨우 지나갈 수 있는 공간만 확보된 탓에, 이곳을 지나던 시민들은 차가 오면 황급히 옆으로 피하는 신세였다.

인근 거주민 강모씨는 “차가 바로 옆으로 지나가 사이드 미러가 팔을 친 적도 있다”며 “보행 환경이 이런 지경이라 사고가 난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보행자 안전을 우선하는 법적 기반이 마련됐음에도 현실에서 시행이 되지 않을 경우 ‘유명무실’한 상황이라 강력한 제재 또는 실질적인 구역 지정을 통해 보행자의 안전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장은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