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여년 화업 조망…만물 공생 담은 ‘가족’ 이야기 전남도립미술관, 원로작가 황영성 초대전 14일 개막 시대별 6개 섹션…초기 구상회화부터 2000년대 입체작품 총망라 멈춤없는 화업 정진, 근원적 그리움 바탕으로 조형적 변주 풀어내 최명진 기자

2023년 11월 13일(월) 19:42

‘병동의 사월’

‘Round Family’

‘농경도’

‘무제’

가족에 대한 근원적 그리움에 바탕을 두면서 세상과 화폭을 잇는 다양한 조형적 변주가 펼쳐진다.

한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원로작가 황영성 초대전 ‘우주 가족 이야기’가 14일 전남도립미술관에서 막을 올린다.

60여 년 화업을 반추하는 이번 회고전은 1950년대 말 그의 초기 구상회화부터 다양한 매체의 실험을 시도한 2000년대 입체작품과 최근작까지 회화, 설치, 아카이브 자료 등 총 110여점을 선보이는 자리다.

1941년 강원도 철원 출신으로 조선대 미술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한 작가는 1965년 영산포에서 첫 개인전 이후 1967년 국전 입선, 6차례 특선, 1973년 국전 문화공보부 장관상을 수상하며 화단의 주목을 받았다. 1990년대부터는 국내뿐만 아니라 미국, 프랑스, 독일, 중국 등 세계에서 작품성을 인정받으며 현재까지 꾸준히 작품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그의 회화를 한 단어로 표현할 수 있다면 그것은 ‘가족’이다. 작가가 60여년 간 일관되게 천착해온 ‘가족’은 소박한 시골집 가족에서부터 대자연의 뭇 생명들로까지 확대된다.

전시는 총 6개 섹션으로 시대별 흐름에 따라 작가의 작품세계를 살펴볼 수 있다.

먼저 1부 ‘자연주의 구상회화’는 1950년대 말부터 1960년대까지 작가의 수업기부터 화단 등단에 이르는 초기 작품들로 구성됐다. 대상의 재현적 묘사보다는 회화적 분위기를 담아낸 그림이 주를 이루는데, 그 중 전남도미술대전 수석상 수상작인 ‘병동의 사월’은 이러한 특성이 오롯이 담긴 작품이다.

2부는 독자적인 작품세계를 모색하는 시기 ‘회색빛 향토서정’을 주제로 한다. 마을과 가족의 개념을 회색조 회화로 변용시킨 1970년대 연작들로 구성됐다. 자연색을 절제한 회색 단색조와 흙벽의 마티에르로 촉각효과를 올려낸 ‘회색 시대’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3부 ‘녹색 들녘과 가족’에서는 높은 곳에서 마을의 싱그러운 생명력을 내려다보며 그린 1980년대 그림들을 선보인다. 그의 작품 ‘농경도’는 녹색 들녘과 바람, 강줄기가 율동감 있게 배치돼 있으며 여기에 초가마을과 농부 가족, 새들이 평화로운 전원풍경을 이룬다.

작가가 바깥 세상으로 시야를 넓힌 1990년대 작품들은 4부 ‘이국여행 고대 문명 탐방’에서 엿볼 수 있다. 유럽 곳곳으로의 해외 여행과 잉카, 마야 등 고대문명 탐방 이후 완성된 작품들에서는 너른 세상을 향한 작가의 진취적 세계관이 담겨있다.

5부 ‘만유공존 우주가족’에서는 작가의 조형적 호기심과 탐구욕이 왕성하게 펼쳐진 2000년대 이후 작품들을 소개한다. 대형 설치작품인 ‘Round Family’는 천지만물의 도상이 표현된 수많은 미러볼이다. 우주 가족을 상징하는 이 작품은 시공을 초월한 우주의 행성과 같은 형상을 이루고 있다.

마지막으로 6부 ‘멈춤 없는 화업정진’에서는 지난날 거쳐온 숱한 ‘가족 이야기’들을 회상하며 현재도 진행 중인 작가의 근작들을 전시한다. 그는 가릴 것 없이 다뤘던 각종 재료나 매체들에서 이제는 긴 여행의 호흡을 가다듬듯 다시 캔버스 회화로 돌아와 못다한 ‘우주가족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김세령 전남도립미술관 학예사는 “황영성의 평생 화업은 자유롭고 평화로운 공동체 세상을 향한 염원의 조형적 승화 과정이다”며 “60여 년 화업을 반추하는 이번 회고전은 한 화가의 만유공생 세계관과 평생화업의 대맥을 오롯이 음미해 보는 자리”라고 밝혔다.

/최명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