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행자 우선도로 한 곳 없는 ‘보행자의 날’ 유감

2023년 11월 13일(월) 19:58

‘보행자의 날(11월11일)’은 국민 건강 증진을 목적으로 걷기의 중요성을 확산하기 위해 2010년 국가기념일로 지정됐다. 정부는 보행자들이 안전하게 통행할 수 있도록 관련 법안을 정비해 오고 있으며, 이 가운데 보행안전법·도로교통법 개정안이 지난해 1월 공포, 같은 해 7월 시행됨으로써 ‘보행자 우선도로’ 설치를 위한 근거가 마련됐다.

광주에서는 지난해 7월 광산구 송정동 1168번지가 지정됐으나 수일 만에 철회되는 일이 있었다. ‘보행자 친화도로’인 인근의 송정로 8번길을 보행자 우선도로로 운영해보자는 의견에 따른 것이다. 광산구는 12월 이전 지정을 목표로 하면서, 이후 긍정적인 효과 발생 시 1168번지도 추가한다는 방침이다. 보행자 우선도로가 사실상 전무한 실정이다. 행정안전부 조사 결과, 지난 9월 말 기준으로 서울 114곳, 전북 22곳, 대구 7곳, 대전 4곳, 강원 2곳 등과 달리 광주와 전남에는 단 한 곳도 없다.

지난해 4월 시행된 도로교통법 개정안에 따라 이면도로에서 우선돼야 하는 보행자 통행 규정도 사문화되고 있다. 도로 양쪽의 불법 주정차로 인해 차량 한 대가 겨우 지나갈 수 있는 공간만 확보된 곳이 많고, 보행자가 있든지 말든지 일부 아찔한 운행을 감행하고 있다. 시민들이 오히려 황급하게 피해야 하고 교통사고 발생에 대한 우려가 높다. 도심에서 안전 사각지대로 방치되고 있는 것이다.

11월11일 ‘보행자의 날’은 숫자가 사람의 두 다리를 연상케 한다는 이유로 지정됐다. 취지가 무색해지고 있다. 주관 부처는 국토교통부다. 오죽했으며 우선도로를 지정하도록 했을까 싶다. 하지만 이마저도 유야무야되고 있는 현실이라니, 안타깝다. 지자체가 서둘러 실태를 파악하고 정비에 나서야 하며 제재가 가능하다면 강력하게 조치해야 한다. 조급증에 빠진 운전자의 인식도 이제는 확 바뀌어야 한다.

누구나 마음 편하게 안전하게 걸을 수 있는 보행환경을 구축할 수 있도록 공동체의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