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산구 외국인 밀집지역 초등교사 지원자 ‘뚝’ 대반·하남중앙초 1순위 희망 교사 각각 0·1명 그쳐 다문화가정 학생 등 비율 절반…‘언어 장벽’ 여파 장은정 기자

2023년 11월 13일(월) 20:37

외국인 밀집촌인 광주 광산구 월곡동 인근 초등학교에 발령을 희망하는 교사가 없어 학생들의 학습권 보장에 빨간불이 켜졌다.

이는 재학생 절반 가량이 다문화 가정 아이들이라 언어적 장벽에 부담감을 느낀 교사들이 지원을 기피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돼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13일 광주시교육청 등에 따르면 외국인 밀집촌인 광산구 월곡동 소재 대반초등학교와 하남중앙초등학교의 올해 4월 기준 전체 학생 중 외국인 비율은 각각 42.3%, 59.3%로 집계됐다.

두 학교의 외국인 학생들은 대부분 러시아어, 카자흐어, 몽골어 등을 모국어로 사용하고 있는데 정규 교원 중 해당 언어들이 가능한 교사가 없어 기본적인 소통은 물론 수업 진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게 학교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어려움을 신규 교사들도 인지하고 있어 지원 자체를 기피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올해 새롭게 임용된 교원 중 두 학교에 1순위로 발령을 희망한 교사는 각각 ‘0명’과 ‘1명’으로 파악됐다.

이에 하남중앙초등학교와 대반초등학교는 한국어학급의 ‘이중언어 강사’ 8명을 정규 수업 보조자로 기용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뚜렷한 해결책은 되지 못하고 있다.

이중언어 강사 모두 전국 시·도교육청의 공통 지침에 따라 주 15시간 미만만 근무할 수 있는 ‘초단시간 근로자’라 전체 수업시간 중 극히 일부에만 투입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두 학교에 채용된 16명 모두 러시아어와 한국어 이중언어 강사라는 점에서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외국인 학생들은 여전히 교육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실정이다.

하남중앙초등학교 1학년 담임교사 A(53·여)씨는 “언어적 소통이 전혀 이뤄지지 않아 동시 통역이 없으면 수업이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어투와 표정만으로 학생들의 감정을 알아차리기엔 한계가 있어 생활지도 부분이 가장 어렵다”고 토로했다.

이어 A씨는 “저학년들의 경우 수업에 잘 집중하지 못하는 편인데, 동시 통역까지 이뤄지다 보니 집중도가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며 “학생들 교육에 꼭 필요한 통역이 오히려 수업의 질을 떨어트리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이중언어 강사 B(36·여)씨는 “교무실에서 근무하는 강사의 경우 학부모들의 상담을 주로 도맡아 하는데 업무 시간이 아닌 시간대에도 종종 전화가 와 피로감을 느낀다”며 “아이들 교육에 꼭 필요한 일이라는 사명감에 버티고 있지만, 처우 개선 등이 시급하다”고 언급했다.

강상석 하남중앙초등학교 교감은 “외국인 학생들 중 한국어를 아예 모르고 입학하는 경우가 많아 별도로 한국어교실을 운영하고 있지만 뾰족한 대안은 못 되고 있다”며 “이중언어가 가능한 정규 교사가 학교에 많이 배치되거나, 학급당 인원을 줄이는 등 학생들의 교육권 보장을 위한 실질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최근 경기도교육청은 전국 최초로 외국인 학생들의 성장 단계에 맞춘 ‘교육 정책 전환 계획’을 발표했다. 계획의 골자는 충분한 교육 기회를 제공받지 못하고 있는 외국인 학생들을 위한 언어강점지원 특화학교 신설, 일반학교 학급당 정원 감축 등이다.

/장은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