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속 그림 보며 행복 느끼는 쉼터 됐으면” 동구 용연마을에 문 연 소요유갤러리…26일까지 이경자 작가 ‘바람을 담아’ 개관전 최명진 기자

2023년 11월 14일(화) 19:35

작품 ‘궁중화조도1’ 앞에 선 이경자 작가 소요유갤러리 전경

‘소요유(逍遙遊)’. 세상 근심에서 벗어나 편안하고 한가롭게 거닌다는 의미를 지닌 단어다.

이름 모를 새들과 맑은 시냇물 소리가 노래하는 광주천의 시작점 동구 용연마을 입구에 아담한 갤러리가 들어섰다.

지난달 말 정식 개관한 소요유갤러리를 지난 9일 찾았다. 2층 갤러리로 구성된 이곳 공간은 아래층은 전시공간, 위층은 작업실 겸 전시장으로 사용되고 있다.

소요유갤러리 관장이자 한국 채색화 작가로 활동 중인 이경자 씨의 개인전이 이곳 소요유 갤러리에서 오는 26일까지 펼쳐진다.

‘바람을 담아’를 주제로 하는 이번 전시는 작가의 민화 신작들을 포함해 서울에서 궁중화를 배우며 그려낸 작품 등 50여점을 살펴볼 수 있는 자리다.

2009년 남들보다는 비교적 늦게 그림을 시작했다는 작가는 광주 지역에서 민화와 한국화를 배우고 2016년 서울에 올라가 본격적으로 궁중화 공부에 돌입했다.

“다른 일을 하면서도 항상 그림에 대한 열망을 갖고 있었어요. 취미로 민화를 시작해 조금 더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에 궁중화까지 그 영역을 넓혀가게 됐습니다. 민화가 정감 있으면서도 자유분방한 느낌이라면 궁중화는 색이나 형식에 있어 조금 더 엄격한 틀에 맞춘 전통화라고 보면 돼요.”

개관전이기도 한 이번 전시에서는 ‘일월오봉도’, ‘십장생도’, ‘반차도’ 등 궁중화를 비롯해 익살스런 호랑이나 토끼, 동물을 안고 있는 여인의 모습 등 민화 그림들을 다양하게 만나볼 수 있다.

그 중에서도 ‘궁중화조도’는 꽃과 새를 어우러지게 그린 그림으로,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삶을 추구하는 작가의 가치관과도 맞닿아있다. 그림에서는 앵무새·금계·비둘기·오리·종달새·제비·참새 등 각양각색 새의 모습을 찾아보는 재미도 느낄 수 있다.

2019년도부터는 빛고을노인건강타운에 출강하며 그림에 열정을 지닌 수강생들의 꿈을 키워주고 있다.

“주로 민화 수업을 가르치고 있어요. 저같이 늦게서야 그림을 배우시는 분들은 특히 이런 시간이 더 소중하고 기다려지잖아요. 현재 많은 문하생들을 지도하고 있지만, 아직 미흡한 점이 많은 만큼 더 연구하고 노력해서 제 주변의 좋은 인연들과 함께 즐겁게 그림을 그려가고 싶어요.”

이번 개관전 이후로 갤러리는 전시에 대한 갈증이 큰 지역 작가 또는 단체를 위한 전시 공간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광주에서 가장 높고 아름다운 무등산 아래서 산의 정기를 받으며 그림을 그리면서 자유롭게 노닐고 싶어요. 조선시대 그림들에 무언가를 간절히 이루고자 했던 이들의 소망이 담겼던 만큼 제 그림을 보는 사람들도 행복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앞으로 이 공간을 찾는 방문객들이 자연 속에서 한가로움을 만끽하며 진정으로 그림을 즐기며 쉬다 가셨으면 좋겠습니다.”

/최명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