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화와 공존’…새로운 감각을 일깨우다 2023 은암미술관 미디어아트 기획전 ‘리듬 감각’…27일까지 은암미술관 최명진 기자

2023년 11월 15일(수) 23:48

김창겸 作 ‘life in the mandala’

미디어아트는 기술이 반영된 우리 시대의 예술이라는 동시대성을 바탕으로 끊임없이 확장, 변화하고 있다. 시각에만 의존해온 기존 미술 영역의 한계를 벗어나 오감에 호소하고 인간 본성에 내재된 육감의 기억을 되살리는 능력은 미디어아트가 갖는 또다른 매력이다.

은암미술관은 오는 27일까지 2023 은암미술관 미디어아트 기획전 ‘리듬 감각’(Sense of Rhythm)을 개최한다.

여러 매체를 활용한 미디어아트를 선보이는 이번 전시는 시각 중심적 표현요소들 속 어우러지는 다중적 리듬을 통해 다양한 감각을 일깨우고자 한다.

미디어아트 속 내재된 리듬은 심장을 동요하게 해 몸으로 반응하게 만드는 요소다. 고저, 강약, 장단 등과 같은 움직임이 중첩돼 발생하며 갈등과 충돌을 일으켜 새로운 리듬을 형성한다.

‘나’의 리듬과 ‘타자’의 리듬이 긴장과 이완을 거쳐 조화와 균형을 유지하며 관람객과의 소통과 몰입을 유도한다.

특색있는 네 가지 악기의 조합으로 구성된 최종운 작가의 ‘환상의 사중주’는 여러 관람객이 함께 하모니를 만들어내는 인터렉티브 사운드 작품이다.

관람객 움직임에 반응하는 네 개의 악기는 조화와 공존을 만들어내며 감동과 울림을 경험하게 한다.

조세민作 ‘너에게, 나에게, 모두와 함께’

조세민 작가의 ‘너에게, 나에게, 모두와 함께’는 고양이를 소재로 한 귀여운 캐릭터 ‘미미밈(memememe)’과 함께 율동을 통해 흥겨운 리듬 속에 몸을 맡겨볼 수 있는 인터렉티브 작품이다.

관람객과의 상호작용을 기반으로 하는 인터렉티브 아트를 통해 다층적인 감각 경험을 제공한다.

한승구作 ‘달빛이 머문 자리’

영상과 조각을 함께 설치한 한승구 작가의 ‘달빛이 머문 자리’는 세상의 풍요를 기원하는 달, 생존과 제거의 이중적 의미를 담은 물을 주제로 한다.

달과 물을 통해 개인에게 깊게 박혀있는 상흔을 치유하고 광명을 기원하며 물을 매개로 새로운 정신이 자라나게 하는 의미를 담아냈다.

김창겸 작가는 멸종위기의 많은 동물과 붓다의 설법에 담긴 연꽃의 형상, 우주를 상징하는 만다라 도상을 사용해 삼라만상 생명의 힘찬 율동을 영상 속에 담고 있다.

‘원’을 뜻하는 만다라를 모티브로 한 ‘life in the mandala’는 동양적인 명상의 세계로 관람객을 안내한다.

미국에 거주하는 조용신 작가는 영상작품 ‘위코프 에비뉴 이야기’에 낯선 위코프 거리의 풍경 속 소리, 움직임 등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직접 인터뷰해 담았다. 각기 다른 나라에서 온 사람들이 어떤 사연을 갖고 이곳을 찾아왔는지 물어본다.

이탈 작가는 사회정치적 권력 구조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견지해오며 설치미술을 비롯한 퍼포먼스, 키네틱아트 등 실험적인 작품 활동을 지속해오고 있다.

그의 작품 ‘호명’은 ‘공공’의 의미를 내포한 길거리, 공원과 같은 장소에서 산업사회를 대변하는 테크놀로지적 ‘기계=인간’을 통해 광장의 의미를 새롭게 사유하게 한다.

이종은 은암미술관 학예사는 “반복되는 일상의 루틴을 벗어나 다양하고 생경한 감각을 일깨울 수 있는 경험을 선사하고자 이번 전시를 마련했다”며 “6명 작가의 작품이 한 공간에서 호흡하고 내뿜는 에너지는 고요하면서도 열정적이다. 미디어의 다중적이고 생경한 리듬을 통해 새로운 삶의 리듬 감각을 일깨울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최명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