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속 투영된 아시아의 역사 경험 ●ACC 아시아 네트워크 회화전 ‘일상첨화’…내달 3일까지 레바논, 시리아, 한국의 김환기·오지호 등 6명 작가 20세기 동·서아시아 풍경 담은 독창적 작품 선봬 최명진 기자

2023년 11월 15일(수) 23:48

파테 무다레스作 ‘최후의 만찬’

한국·레바논·시리아 예술가들의 다채로운 화풍을 만나볼 수 있는 전시가 마련됐다. 다음달 3일까지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 복합전시 6관에서 열리는 아시아 네트워크 회화전시 ‘일상첨화’다.

동아시아의 한국 그리고 서아시아의 레바논과 시리아는 식민지라는 역사적 공통점을 가지지만, 아시아 대륙 양극단에 위치해 각각의 독창성을 지니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20세기 제국주의 흐름 속 서양의 다양한 화풍을 실험한 각국 예술가들의 독자적인 작품들을 소개하고 있다.

전시는 한국의 김환기·오지호·임직순·천경자와 서아시아 레바논의 아민 엘 바샤, 시리아의 파테 무다레스 등 여섯 명 작가의 예술적 궤적이 동일한 시대적 배경을 바탕으로 펼쳐진다.

한국 예술가들은 일제강점기 동안 일본 유학을 통해, 레바논과 시리아는 프랑스의 위임 통치 아래 유럽의 미술 경향을 접했다.

특히 한국 작가들은 광주·전남 출신이거나 지역과 연고를 맺고 있는 이들이기에 더욱 의미를 지닌다.

오지호 작가의 ‘자화상’은 이번 전시를 통해 대중에게 처음 선보인다. 작가가 작고하기 전 자신의 모습을 연필 스케치로 담아낸 그림이다.

오지호作 ‘자화상’

또 1950년대 그려진 김환기 작가의 ‘귀로’는 40년대에 비해 더욱 정제된 한국적 정물과 풍경을 보여주며, 한국의 전통적인 여인의 모습에서는 고국에 대한 그리움과 한국 작가로서의 정체성이 나타나 있다.

시리아 작가인 파테 무다레스의 작품 ‘사피타’는 시리아 북서부 도시 풍광을 담고 있다. 작가가 어린 시절 광활한 고원, 평야, 사막을 보며 자랐던 시골에서의 시각적 경험을 반영했다.

레바논 작가인 아민 엘 바샤의 작품 ‘아미 므라야치 비치에서’는 특유의 음악적 리듬과 색채감을 느껴볼 수 있는 작품으로 노래 속 멜로디처럼 다층적인 구조의 화면을 만나볼 수 있다.

이처럼 기후, 풍토, 문화 등에서 고유한 특징을 보여주는 동·서아시아의 회화 작품을 통해 관람객들은 여행을 떠나듯 전시를 관람할 수 있다.

또 이번 전시는 항온·항습 시스템을 구축하고 회화에 특화된 조명 설치까지 이뤄져 최상의 환경에서 거장들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강현 전당장은 “아시아권역 교류 촉진을 도모하는 플랫폼으로서 역할을 수행하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미디어, 융복합뿐만 아니라 회화 전시로 관람객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갈 것이다”고 말했다.

한편 ACC는 2017년부터 아시아 권역 교류 촉진을 위한 주제전을 개최해오고 있다. 올해는 국내에서 논의가 부재해 접하기 어려웠던 서아시아 근현대미술을 소개한다.

ACC 복합전시 6관에서 진행 중인 ‘일상첨화’ 전시 전경

/최명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