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동에서]되로 주고 말로 받는다 |
| 2023년 11월 16일(목) 20: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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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공항 후보지로 거론되는 무안과 함평군 주민들 사이 찬성 여론이 늘어 ‘유의미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전남도는 무안으로의 통합 이전에 방점을 찍고 함평을 언급하지 말라고 하는데 반해, 광주시는 유치의향서를 받겠다며 함평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의미있는 변화’가 없다. 요지부동이다. 의회로도 불똥이 튀어 갈등 조정 부재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놓고선 공방도 뜨겁다.
또 해를 넘기는 문제가 아니다. 내년 4월 총선이라는 중대 정치 일정에 이어 민선8기 후반기 시점에 맞물려 있다. ‘골든타임’을 지나 십중팔구 흐지부지될 것이다. 끝내 무안국제공항으로 군·민간공항 동시 이전이 무산되면 전남도의 걱정대로 한창 건설 중인 부산 가덕도나 새만금 신공항에도 경쟁력이 크게 뒤처질 게 뻔하다. 광주시는 특별법으로 함께 추진 중인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보다 동력을 상실하는 것은 물론 이전 부지의 신도시급 개발을 기약하기 어렵다.
광역철도 노선을 둘러싸고 험악한 기류도 형성되고 있다. 당초에는 광주·전남 공동혁신도시의 정주여건 개선 등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다는 취지로 광주-나주 광역철도 구축에 힘을 모았다. 국토교통부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2021~2030)에 공동 건의해 신규사업으로 반영됐고, 올해 5월 기획재정부 재정사업평가위원회를 통해 예비타당성대상사업으로 확정돼 6월부터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 노선은 총연장 26.46㎞의 복선전철로 사업비는 1조5천192억원이다. 2010년 사전타당성 조사를 통해 4가지 제시안에서 가장 높은 경제성을 받았다. 하지만 광주시는 뒤늦게 남구 주민 3만여 명이 거주하는 효천지구를 포함해 변경을 요구하고 있다. 총연장이 2.31㎞ 늘어나고 지방비 부담도 추가되더라도 상무역 도시철도 1·2호선과 연결하면 교통 이용 편익이 획기적으로 향상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전남도는 예타 신속 통과가 우선이라며 효천역 경유가 필요하다면 기획재정부에서 여러 대안을 검토 중이므로 노력해야 한다는 태도를 취했다. 광주시는 공문을 보내 사업을 중단할 수 있다며 기존 노선안 고수 공식화에 불쾌감을 드러냈다. 정부는 임기 내인 2026년까지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포함된 비수도권 광역철도 선도사업 5곳에 대해 예타를 마친다는 방침으로 속도를 내고 있다. 지금처럼 불협화음이라면 광주-나주 구간만 제외될 소지가 다분한 셈이다.
국민의힘이 쏘아올린 ‘메가시티 서울’ 논의가 정치권의 화두로 떠오르면서 광주·전남에도 파급될 소지가 커졌다. 민선7기 행정 통합이 추진된 전력이 있는 광주시는 일단 경기 김포시 서울 편입은 지방 죽이기, 정치 속임수라고 규정하면서 호남권 광역경제권 구축을 제안했다. 그리고 장성 첨단3지구, 함평 빛그린산단 공동개발을 실천 전략의 사례로 들었다.
그러나 ‘손해 볼 게 없는 장사’라고 판단한 광주시가 인접한 나주·장성·담양·화순·함평을 단일 생활권으로 묶은 ‘메가시티 광주’를 들고 나올 경우 행정구역 확장의 문제로 이해다툼이 충분히 예상된다. 특히 군공항 이전과 관련한 함평 편입론이 재차 점화된다면 파국으로 치달을 우려가 높다.
최대 현안인 군·민간공항 이전이 물건너갈 듯 싶다. 호남권 최초 광역철도도 좌초될 위기에 놓였다. 대형 SOC(사회간접자본) 사업이 휘청이는 가운데 메가시티라는 휘발성 강한 이슈도 잠복해 있지만 생산적인 대화, 타협은 애써 모른체다. 되레 광주시와 전남도는 보도자료, 입장문, 브리핑 등으로 감정싸움만 격화되고 있다. 상생의 의지도, 신뢰도 부족하다. ‘큰 그림’을 그리기보다 지역민과 여론의 눈치를 살피며 머뭇거리고 있다. 표를 의식한 ‘포퓰리즘’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광주·전남의 100년 미래을 위한 일이다. 지방소멸의 위기 극복, 공동 번영을 위한 광역 협력의 약속은 공수표가 되고 있다. 떼려야 뗄 수 없는 공동체라면서 각자도생이다. 되로 주고 말로 받는다. 책임 행정의 부재, 정치력의 실종이다. 주민들의 피로감이 커지고 있다. 당장 그만둬야 한다. 정말, 유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