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숙자의 '작은 학교이야기']공동체문화를 배워가는 청소년들

2023년 11월 16일(목) 20:23

고흥점암중앙중학교장

비가 내린 뒤 끝에 겨울이 왔다. 얼마 전 일본 도쿄 수학여행 성과발표회를 했다. 발표장 입구엔 팀별 인증 샷이며 아이들이 잔뜩 끼를 발휘해 찍은 사진과 글귀들, 교과연계 프로젝트 발표물이 전시됐다. 아이들은 물론 선생님들까지 소감을 나누는 것으로 시작됐다. 어머니의 나라가 일본이어서 가이드처럼 아이들을 이끌어 갔던 송모군과 나흘 동안 스치듯 도시문화를 체험한 아이들의 소감은 다를 수밖에 없다. 필자를 포함해 선생님들은 원전 오염수 문제로 국민적 감정이 좋지 않은 시국에 일본을 가는 것 등 인솔자로서 심리적 부담감도 털어 놓았다. 그럼에도 체험 과정 속에서 발생했던 에피소드를 하나씩 기억에서 소환하며 스스로의 배움으로 연결시켜 가고 있었다.

국외체험 프로젝트도 훌륭했다. 도쿄의 도시계획과 도시의 발전과정을 분석하면서 고흥군의 발전 방안을 제안한 것이며 인간, 도로, 건축물의 특징을 뽑아낸 도쿄 이야기는 여행기획 프로젝트 수행에 손색이 없었다. 일본에 대한 민족적, 국가적으로 해결돼야 할 문제는 있지만 아이들은 일본인과 도시 곳곳에 배어있는 절제와 겸손 그리고 일본인의 친절함도 빼놓지 않고 학습한 듯하다.

최근 인근 중학교와 함께 한 공동체육대회를 열었다. 이번 공동체육대회는 온전히 학생회에서 제안하고 기획해 운영된 것이어서 더욱 의미가 크다. 지난 2월이었다. 학생회장은 체육대회의 경기 진행 면에서도 일정 수가 있어야 다양한 경기를 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늘상 보지 않는 친구들과도 관계를 맺고 싶다는 이유를 들면서 공동 개최를 제안했다. 이 제안은 고흥교육지원청의 작은 학교 공동교육과정이 운영되기 이전에 한 것인데, 내심 아이들이 먼저 공동교육과정을 제안하는 것을 보고 참으로 대견하다고 생각했다.

11월3일 공동체육대회가 있기 전 교무실에서는 웃음꽃이 피어올랐다. 선생님들은 ‘힘내라’, ‘멋지다’ 등 아이들을 응원하는 현수막이며 예쁘게 장식한 피켓을 수줍게 펼쳐 보였다. 작은 학교에서는 모든 아이들이 선수이기에 선생님들이 응원할 수밖에 없다. 아이들은 자신들의 발이 이렇게나 빠른지, 목청이 이렇게나 큰지 몰랐을 것이다. 세상의 어느 아이들이 이리도 밝을 수 있을까, 아이들은 태양을 통째로 삼킨 듯하다.

기회가 평등하지 않는 상태에서 경쟁과 효율은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갈라놓는다. 일본 수학여행과 발표회, 그리고 공동 체육대회 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우리아이들의 표정은 자랑할 만큼 밝다. 작은 학교여서 선생님들이 아이 하나하나에 정성을 쏟아낼 수 있는 것도 있지만 도시의 아이들과 같은 환경, 기회를 만들어 주고픈 동문들의 마음과 내 아이, 네 아이 구별 없이 서로 챙겨주는 학부모와 지역의 어른들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낙엽이 거름이 되어 이듬해에 움을 틔우듯, 이런 어른들을 보고 자란 우리아이들도 자신이 마주하는 사람 하나하나에게 정성을 다 할 것으로 믿는다. 우리 아이들이 훌륭하게 성장할 것임은 당연지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