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에 얽매이지마, 느낀대로 가는 거야’ 조선아 개인전 ‘시간을 바라보다’…오는 22일까지 갤러리다온 쉼 없는 순환과 중첩, 시간을 통해 바라본 삶의 단상 빛·온도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감정, 색채로 담아내 최명진 기자

2023년 11월 19일(일) 18:57

‘푸른저녁’

‘조용한 움직임’

‘색과 면이 쌓여 만들어낸 치유의 시간’

반복되는 일상 속 시간을 통해 바라본 자연이 화폭 위에 펼쳐진다.

조선아 작가의 개인전 ‘시간을 바라보다’가 오는 22일까지 갤러리다온(동구 동계로 10번길 20-1)에서 열린다.

지난해 한국화 부문 문화예술상인 허백련미술상 특별상을 수상, 광주시 지원을 받아 마련된 조 작가의 이번 전시에는 올해 작업한 신작 15점을 선보인다.

거대한 자연 속 느낄 수 있는 신비로움과 경외감, 아름다움이 담긴 그림이 200호를 비롯해 100호, 50호, 소품까지 다양하게 내걸린다.

“하늘과 바다같이 자연 풍경을 그린 것도 있지만, 공기의 흐름에 따라 순환하고 움직이는 것들을 담아냈습니다. 매 순간 변하는 색채를 바라보고 있으면 시간의 흐름이 명확해지고 내 감정 또한 변화되는 게 느껴졌어요.”

작가가 이렇듯 시간을 통해 바라본 자연, 그리고 공기의 흐름을 담아낸 것은 지난해부터다.

그의 이전 작품들은 연꽃의 열매 ‘연밥’을 소재로 피고 지는 윤회를 나타내거나 주부이자 엄마, 작가로 활동하는 여성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했다.

아이를 키우면서 작업을 잠시 쉬는 동안에는 펜화나 드로잉을 통해 풀이나 꽃과 같은 자연적 소재를 그려냈다.

“최근 작업하고 있는 그림들은 주로 자연에서 영감을 많이 받아요. 해가 질 무렵이나 어두운 새벽 안개 껴 있을 때를 가장 좋아해요. 이런 풍경을 보고 있으면 고요하지만 거대하고, 쉼 없이 순환하는 자연의 경이로움이 느껴져요.”

이렇게 시작된 작가만의 시선과 기억, 그리고 시간은 한지 위에 수없이 색을 올리는 과정을 반복해 완성된다.

한지는 종이 특성상 색을 두껍게 올리기 위해선 끊임없이 겹치고 쌓아올리는 일련의 과정이 필요하다.

“시간적으로도 체력적으로 힘든 일이지만, 원하는 색을 만들어가는 과정 속 얻어지는 성과는 분명해요. 반복적으로 포개고 중첩시키면서 시간의 흐름과 당시 내가 느꼈던 수많은 감정의 순간들이 호흡을 같이 하는 느낌이에요. 이렇게 색과 면이 쌓이면서 스스로 치유를 경험하곤 합니다. 그동안 나 자신을 위안하고 격려하며 보낸 시간의 소중함을 알기에 더욱 의미 있는 일인 것 같아요.”

이런 과정을 거쳐 완성된 그림은 전통채색화 특유의 따뜻함을 오롯이 담아내고 있다. 이는 한국 특유의 정서와도 어우러져 자연스럽고도 정감있는 분위기를 자아낸다.

작가는 이렇듯 자신이 만난 자연이 관객들에게도 다시 한 번 에너지를 줄 수 있기를 바란다는 마음을 내비쳤다.

“빛과 시간의 온기가 담긴 작품들이 많은 사람들에게 마음의 평화를 가져다줬으면 좋겠어요. 자연이 선사하는 아름다운 풍경을 보며 따스한 위로와 치유를 느낄 수 있길 바랍니다.”

/최명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