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공항 이전’ 갈등 점입가경…21일 ‘변곡점’ 만들까 전남도 “광주시, 함평 연연하면 시간 허비…무안 설득해야” 촉구 市·道·무안 3자 대화 제안…市 “道, 책임지고 이달 회동 만들라” 金지사, 21일 함평서 도민과의 대화…이상익 군수 ‘시그널’ 주목 김재정 기자

2023년 11월 19일(일) 19:50

사진=광주매일신문DB

광주 군공항 이전을 둘러싼 광주시-전남도 사이의 갈등이 갈수록 격화하고 있다. 양 시·도가 ‘함평’을 사이에 두고 연일 공방을 이어가면서 접점 찾기가 쉽지 않은 양상이다. 전남도가 ‘광주시가 함평에 연연하면 시간 낭비인 만큼 무안군민 설득에 나서라’며 광주시-전남도-무안군 간 3자 대화를 제안한 데 대해, 광주시는 수용 입장을 밝히면서도 ‘전남도가 11월 내에 논의 테이블을 만들라’고 다시 전남으로 공을 넘기는 등 양측의 감정싸움은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이런 가운데 김영록 전남지사가 오는 21일 함평군에서 도민과의 대화를 개최할 예정이어서 군공항 이전 문제와 관련된 이상익 함평군수의 ‘시그널’이 나올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 군수가 광주시와 전남도 중 누구의 손을 들어주느냐에 따라 군공항 이전 갈등의 ‘변곡점’을 만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장헌범 전남도 기획조정실장은 지난 17일 오후 ‘군공항 이전 관련 광주시 발표에 대한 전남도 입장’을 발표하고 ‘무안국제공항 활성화와 지역 발전, 시·도민 편의를 위해 국가계획대로 광주 민간·군공항을 무안국제공항으로 동시 통합 이전해야 한다’는 기존 원칙을 재확인했다.

김광진 문화경제부시장이 지난 15일 광주 군공항 이전 관련 입장을 발표한 데 대해 이틀 만에 나온 전남도의 대응이다.

장 기획조정실장은 “광주 민간공항을 무안국제공항으로 이전한다는 것은 2000년 이후 국가계획에도 일관되게 유지된 정책 기조”라며 “애초에 무안국제공항은 통합공항으로서의 기능에 걸맞은 인프라가 갖춰져 있기 때문에 민간·군공항의 통합 이전 과정에서도 불필요한 낭비를 최소화하고 더 많은 재원을 지역 발전에 활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시·도민 과반수가 광주 민간·군공항의 무안국제공항 통합 이전에 찬성하고 있다는 게 전남도의 분석이다.

장 기획조정실장은 “전남도는 국가계획과 시·도민의 뜻을 받들어 무안국제공항 활성화와 지역 발전이라는 사명을 안고 광주 민간·군공항의 무안 동시 통합 이전’을 위해 사력을 다하고 있다”며 “다양한 홍보와 도민 대상 활동을 통해 최근 무안군민의 찬성 여론이 절반을 넘어섰다”고 설명했다. 이어 장 기획조정실장은 “이제 광주시가 무안군과 대화의 문을 열고 무안군민의 공감을 얻을 수 있도록 적극 나서야 한다”며 “누가 봐도 실현 가능성이 없는 함평군에 연연하는 것은 시간만 허비하며 소모적 갈등을 일으킬 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군공항 이전 문제 해결을 위해 광주시-전남도-무안군이 참여하는 3자 대화 우선 추진을 제안했다.

장 기획조정실장은 “무안군의 참여를 위해 적극 노력하고 있는 만큼 광주시가 진정성 있는 노력을 보인다면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이라며 “공항 이전 문제의 핵심 당사자인 광주시가 보다 적극적으로 무안군민 설득을 위한 노력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광주시는 즉각 대변인 명의의 입장을 내고 3자 대화 수용 입장을 밝히면서도 “전남도가 책임지고 11월 안에 대화 테이블을 만들라”며 맞받아쳤다.

광주시는 “전남도가 제안한 전남도·광주시·무안군의 3자 대화에도 즉각 임할 준비가 돼 있다”며 “전남도는 책임지고 11월 안에 3자간 대화를 위한 논의 테이블을 마련해주기 바란다”고 역제안했다.

이어 광주시는 “무안군민 설득을 위해 현재 함평군에서 진행하고 있는 것과 동일한 주민설명회, 공청회, 광고 등을 추진할 준비도 돼 있다”며 “이에 대해서도 전남도가 책임을 지고 무안에서 개최될 수 있도록 노력해주길 바란다”고 책임을 전남도에 떠넘겼다.

이는 결국 광주시가 그동안 무안에 대해 군공항 이전을 추진하기 위한 어떤 접촉도 하지 않았음을 자인한 셈이다. 또한 김산 무안군수가 군공항 이전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상황에 3자 대화 성사 가능성 역시 낮은 만큼 대화 실패의 책임을 전남도에 전가하겠다는 포석으로도 읽힌다.

이런 상황에 김영록 지사가 오는 21일 오후 2시 함평에서 도민과의 대화를 개최할 예정이어서 관심을 모은다.

현재 시·도간 갈등의 시발점인 이상익 함평군수가 도민과의 대화에서 내놓을 군공항 이전 관련 발언 내용에 따라 국면이 전환될 수도, 갈등이 심화될 수도 있어서다.

이 군수가 전남도의 손을 들어줄 경우 광주시의 ‘군공항 이전 함평 카드’는 무용지물이 될 수 밖에 없고, 반대로 이 군수가 군공항 유치 방침을 재확인하면 시·도간 접점없는 갈등은 당분간 이어질 공산이 크다.

일단 함평군이 12월 중 군공항 유치 여론조사를 강행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주를 이룬다. 이와 관련, 광주시 고위 관계자가 지난 15일 입장 발표 이후 함평군을 방문, 협의한 것으로 알려져 양측이 상당 부분 교감을 이룬 것 아니냐는 분석까지 나온다.

함평지역 내에서도 군공항 유치 찬·반 갈등이 거세지고 있는 만큼 21일 이 군수의 행보에 지역사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김재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