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의 ‘시간’을 각인하는 동시대성 시선 김인태·김일권·박지현·이건희·이지송·한기주 참여…30일까지 무등현대미술관 특별전 ‘너의 시간’展 최명진 기자

2023년 11월 20일(월) 19:29

이건희作 ‘저너머 Beyond’

한기주作 ‘Work-間(痕迹)’

‘시간’을 테마로 6명의 작가가 한자리에 모였다.

각기 다른 삶을 살아가지만, 그 안에서 경험하고 인지한 대상이 작품으로 다시 태어났다.

무등현대미술관은 오는 30일까지 특별기획전 ‘너의 시간’을 제1,2전시실에서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서울 을지예술센터를 운영 중인 박지인 기획자와의 협업으로 마련됐다.

김인태·김일권·박지현·이건희·이지송·한기주 작가 6인이 참여한다.

참여작가들은 삶의 과정에서 경험하고 인지한 대상을 작품으로 만들어내는 순간을 포착한다.

또 이들의 작품은 한지 재료를 활용했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이렇게 제작된 창작품은 저마다 시간의 의미를 담고 있다.

여기에서 삶과 예술에 대한 작가적 태도는 작품의 세계관과 연결되고, 작품은 곧 지속적으로 유지되는 일상을 대변하며 동시대성을 만들어낸다.

순천만 풍경을 연작하고 있는 김일권 작가는 ‘여명의 시간’을 주제로 어린 시절부터 바라보던 순천만을 익숙하면서도 새롭게 드러낸다. 그가 바라본 섬의 풍광과 공기는 마치 우리에게 스며드는 듯하다.

김인태 작가는 ‘그로테스크한 시간’을 다룬다. 그로테스크는 괴기스럽고 우스꽝스럽게 표현하는 예술미를 뜻한다. 비틀린 형태를 통해 대상의 본질에 더 다가갈 수 있다는 데 착안한 입체 조형물과 드로잉을 선보인다.

박지현 작가는 회화, 조각의 장르 구분 없이 작업한다. 칼로 빗어 갈라진 형태의 조형 ‘칼의 시간’은 종이 조각이 겹쳐지는 과정 속 생기는 공간과 작품의 변화가 흥미롭다.

이건희 작가의 ‘내면의 시간’은 물 위에서 시작된다. 물 속에서 유영하는 재료들 사이 벌어지는 다양한 상호작용을 포착하면서 자신만의 이미지를 구성해 나간다. 연필이나 바느질로 드로잉하는 작업은 작가의 내면과 연결된다.

공간과 시간을 카메라로 순간 포착하는 이지송 작가는 삶에서 경험한 특정한 장면을 속독하듯 영상으로 작업한다. 그 깊이에는 삶의 우연성을 한발 떨어져 바라보는 관조적 태도가 담겨있다.

한기주 작가의 ‘흔적의 시간’은 한지의 물성을 최대로 이끌어낸 작품이다. 도끼와 끌로 긁어낸 나뭇결, 단면이 한지로 캐스팅되면 그 흔적은 더욱 증폭된다. 작가의 지속적인 의식과 경험적 이력이 생생하게 드러나는 작업은 마치 기억 속 새겨지듯 선명하고 섬세하게 나타난다.

김은희 무등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는 “깊어가는 가을 ‘시간’을 주제로 신선한 예술 향유의 기회를 제공할 전시가 마련됐다”며 “작품에 부여된 시간 속 존재하는 대상에 감정을 이입하고 공유하기를 기대해본다”고 말했다.

/최명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