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마당]길에도 표정이 있다 / 시 - 공난숙

2023년 11월 20일(월) 19:29

나는 울퉁불퉁한 흙길이 좋다
앉은뱅이 민들레를 만날 수 있고
흙더미에 앉아 새참을 먹는
사람들의 행복한 표정을 볼 수 있어 좋다
굽이굽이 굽은 하천에 물고기가 많이 모여 살 듯
굽잇길마다 삶의 사연 숨 쉬는 길
구부린다는 건 굴복하는 게 아니라
그 사연에 귀 기울여
뭔가를 품으려는 것이다
빈 들녘의 바람과 이름 없는 들꽃들
세상의 이야기를 펼쳐놓은
그 길에는 표정이 있어서 좋다
구부러진 길 같은 그런 사람이
그리워진다.

<공난숙 약력>
▲광주문인협회 이사, 문학춘추 이사
▲소년문학동시(2008), 시인정신(2019) 수상
▲문학연대 상임 이사
▲저서: ‘내가 보듬은 발자국이 가장 슬프네’(2019), ‘길에도 표정이 있다’(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