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마당]무덤에서 무덤으로 - 화순 고인돌에서 / 시 - 김효비야

2023년 11월 20일(월) 19:29

잿빛으로 묵언하는 지붕 아래
굴레를 벗은 당신이 아직 살아 계십니다

영영 타인이라고 불렀던 당신끼리
벗어놓은 소맷자락을 여미지 못한 채
인연의 매듭이 엉켜있습니다

아릿하게 흘러가는 은하수를 저어가며
기억과 망각 사이 기울고 있는 그림자
당신과 나의 먼 후일처럼 호젓하나니
호접몽의 우화를 몰랐던 청맹과니들아

사위어가는 곰팡이와 이끼를 더듬으며
안개 속에 떠내려가는 뼛조각 하나 건져낸다면

저기,
허공을 밝히는 오두막집 불빛 같은
세세토록 살아있는 이름들을 호명하나니
여태껏 숨통이 헐떡이는 무덤에서 무덤으로 건너오세요.

<김효비야 약력>
▲광주시인협회 ‘올해의 작품상’ 수상
▲현 광주문인협회 부회장, ‘광주문학’ 편집주간
▲광주복지재단 인문학 강사
▲시집 : ‘상상임신 하는 여자’ 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