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브로커’ 1천억대 범죄수익 은닉에도 관여 구속된 가상자산 사기범 탁씨와 함께…이후 사이 틀어진 듯 안재영 기자

2023년 11월 20일(월) 20:29

수사 무마·인사 청탁 혐의를 받는 ‘사건 브로커’ 성모(62)씨가 ‘1천억원대 비트코인 환전 및 은닉’에도 관여한 것으로 드러났다.

20일 광주지방경찰청 등에 따르면 지난 7월 4천억원대 불법 도박 사이트를 운영하고 1천억원대 수익금을 은닉한 혐의로 이모(34·여)씨가 기소돼 1심에서 징역 5년과 추징금 608억원을 선고받은 가운데 성씨가 해당 범행을 도운 사실이 포착됐다. 이씨는 교도소에 수감 중인 아버지로부터 옥중 지시를 받아 도박사이트를 대신 운영하며 비트코인 1천700여개(1천400억원 상당)를 빼돌린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기소 전 광주경찰은 지난해 12월께 이씨를 구속하며 빼돌린 비트코인 환수에 나섰으나 모두 압수하진 못했다.

압수하지 못한 비트코인 가운데 일부는 이씨가 구속되기 전 아버지의 변호사비 마련을 위해 현금으로 바꿨는데, 이 과정에 성씨가 관여한 것이다.

이씨의 언니와 친분이 있던 성씨는 범죄수익 추적 회피와 자금 세탁 등이 가능한 가상자산 사기범 탁모(44)씨를 소개했다.

성씨에게 수사 무마를 청탁한 탁씨는 이씨의 비트코인 일부를 직접 환전해주거나 다른 거래업자에게 넘기는 등의 방법으로 범죄 수익 은닉을 도왔다.

그러다 이씨가 경찰에 잡히면서 탁씨와 그 동생이 참고인 조사를 받았는데, 이때 탁씨 측과 성씨와의 관계가 틀어진 것으로 보인다.

탁씨 측이 참고인 조사를 받았을 당시 이들은 다른 시·도 경찰서에서도 수사를 받고 있었는데, 광주경찰에 성씨에 대한 비위를 제보하는 대신 ‘수사 조력 확인서’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져서다.

일종의 사법 거래 시도에 대해 경찰은 수사 조력 확인서라는 문서 자체가 없고 구체적 증거나 자료도 들어오지 않아 요구에 응하지 않은 뒤 수사 지휘 계통에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탁씨 측도 ‘사건 브로커’ 성씨를 당초 계획했던 경찰 대신 광주지검에 제보한 것으로 추정된다.

한편 검찰은 지난 2020-2021년 경·검 인사들과의 인맥을 내세우며 가상자산 사기범 등으로부터 수사 무마 청탁 등을 명목으로 18억원 상당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성씨를 구속 기소한 뒤 후속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안재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