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고 싶은 ‘남도의 섬길’ / 최정기

2023년 11월 22일(수) 19:54

최정기 전남도 해양수산국장

섬길은 섬사람들의 생애와 나란히 걷는다. 하늘과 바다, 산과 들, 갯벌을 만나고, 동백나무 숲이 울창한 상록수들 사이로 접어들었다가 고즈넉한 마을을 지나 갯벌로 이어진다. 섬 길에서 잠시 딴 짓을 해도 좋고, 햇살 좋은 곳에서 미역줄기 처럼 풀어져 멍때리기도 좋다. 낯선 섬에서 길을 걷는다는 것은 낯익은 나와 조우하며 위로하는 일이다.

24개의 가고 싶은 섬 길을 담은 ‘전남도 가고 싶은 섬길 24’가 만들어졌다. 2015년부터 올해까지 선정된 24개의 전남 가고 싶은 섬은 섬 고유의 특색을 잘 살려 조성된 생태탐방로가 있다. 삶의 궤적이 바뀌면서 사라진 길들이 기억의 통로를 따라 복원됐다. 자연과 사람이 공존하는 옛길의 정취를 담아 마을과 대숲, 논밭을 지나는 생활로가 뭍사람들과 공유하는 길로 이어졌다.

신안 우이도 ‘달뜬 몰랑길’

천리를 간다는 백서향 향기 따라 오르락내리락 신안 우이도 ‘달뜬 몰랑길’은 우이도의 최고봉인 상산봉에 달이 걸쳐진 모습이 아름다워 생겨난 이름이다. 이 길은 전남도 기념물 243호로 지정돼 있으며 선창부터 마을, 자연 곳곳에 역사 문화유산을 엿볼 수 있다.

신안 기점·소악도 ‘기적의 순례길’

물때에 따라 길이 생기고 사라지는 기점·소악도 ‘기적의 순례길’은 대기점도, 소기점도, 소악도, 진섬, 딴섬을 연결하는 길이다. 한겨울에 걸어도 춥지 않고, 높낮이가 없어 무진장 걸어도 참 걷기 좋은 섬 순례길이면서 순례길 사이사이의 작은 예배당은 아늑한 분위기 속에 잠시 쉬면서 기도하는 사색의 길이기도 하다.

여수 낭도 ‘갱번길’

옴팡지게 들어앉은 모래 해변을 지나 추도와 사도를 보면서 싸목싸목(천천히) 걷는 여수 낭도 ‘갱번길’은 코로나 상황으로 많이 어려워진 예술인들을 돕기 위해 ‘2020공공미술 프로젝트 우리동네 미술 사업’으로 미술가들과 낭도 주민들이 함께 만들어 낸 미술작품들이 마을을 꾸미고 있는 정겨운 길이다.

고흥 연홍도 ‘아르끝길’과 ‘좀바끝길’

거금도에 딸린 작은 섬 연홍도는 안쓰는 부표나 어구로 만든 아기자기한 미술품과 조형물로 꽉 채운 마을 전체가 ‘지붕없는 미술관’이다. 선착장에서 왼쪽으로 섬의 끝을 돌아 마을회관으로 가는 ‘아르끝길’과 반대로 오른쪽으로 돌면 미술작품들을 만나는 연홍미술관길과 좀바끝길로 향할 수 있다. ‘아르끝’은 아래 끝이라는 의미고, ‘좀바’는 날카로운 등지느러미가 있는 생선 쏨뱅이의 연흥도 사투리다. 연홍도에서 쏨뱅이가 많이 잡혀 좀바숲길, 좀바끝둘레길 등 지명이 많다.

보성 장도 ‘꼬막길’과 ‘뻘배길’

장도는 람사르습지, 갯벌도립공원, 습지보호구역 등이 지정될 정도로 잘 보존된 갯벌과 리아스식 해안이 발달해서 바다로 둘쑥날쑥 난 해안선을 따라 걷는 재미가 있다. 꼬막길은 숲과 바다를 따라 걸으면서 장도의 아름다운 자연과 갯벌을 감상할 수 있는 길로 섬이 평탄해 걷기에 부담이 없고 들쑥날쑥 한 해안은 걷는 재미가 쏠쏠하다. 뻘배길은 풍화된 바위와 갯벌이 조화를 이뤄 길게 이어진 백금백사장은 서둘러 가던 이들의 걸음도 멈추게 할 만큼 다양한 풍경을 제공한다.

강진 가우도 ‘함께해(海)길’

시원한 바다를 걸어서 건너 만나는 강진 가우도 ‘함께해(海)길’은 총 길이 2.5㎞로 강진 대구면을 잊는 저두 출렁다리(438m)와 도암면을 잊는 망호 출렁다리(716m)에 연결돼 있으며 섬 내부에 후박나무 군락지 및 곰솔 등 상록수림이 풍부하며 산과 바다를 감상하며 걷는 천혜의 트레킹코스다.

진도 관매도 ‘마실길’과 ‘하늘다리길’

진도 관매도의 ‘마실길’은 해안선으로만 이뤄진 다른 섬길과 달리 다양한 노선이 매력적이다. 넓은 백사장을 지나는 곰솔 숲은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숲으로 꼽힌다. 솔숲에서 시작해 푸른 바다로 향하는 언덕 위 우실(돌담길)을 따라 걷다 보면 아슬아슬한 높이의 두 벼랑 사이에 닿는 하늘다리는 해중 암벽이 거친 파도에 밀려나 50m 절벽으로 갈라졌다고 한다. 이 사이에 다리가 하늘에 떠 있는 듯 놓여 있어 ‘하늘다리’라는 이름이 붙었다.

자연치유 최고 장소 ‘전남의 섬길 24’

전남의 ‘가고 싶은 섬’ 길들은 숲과 해변 등 자연을 훼손하지 않고 오래 전 주민들이 왕래하던 생활 속 옛길을 복원하는 형태로 조성됐다. 나무하러 가던 길, 소풍 가던 길 등을 주민들의 고증을 통해 복원한 것으로 친환경적이며 자연스럽다는 호평을 받고 있다.

전남의 섬길이 명실상부한 자연치유의 땅으로 국민의 건강증진, 힐링관광, 자연 친화적 전남 발전의 원동력으로의 역할을 할 것이다. 전남도는 가고 싶은 섬길 정보를 담은 ‘전남도 가고 싶은 섬길 24’ 가이드북을 제작해 섬길을 찾는 관광객에게 전남도 섬길을 알리고 도내 아름다운 섬길을 지속 발굴해 섬과 육지의 거리를 좁히고 섬의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다.

미래의 성장동력 ‘전남의 섬’

섬은 지속가능한 미래를 열어가는 데 꼭 필요한 자원이다. 풍부한 해양수산자원과 미래 에너지의 보고이자 육지와는 차별화된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하는 관광지다. 또한 주민들의 소중한 삶의 터전이자 생태계의 보고이며 해양산업과 관광 중심지로 중요한 역할을 할 미래 성장동력이다.

전남도는 걷기 좋은 섬길을 지역의 역사·문화와 함께 연계해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가고 싶은 곳, 살고 싶은 곳으로 전남의 섬이 거듭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