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힌 지갑 열자…유통업계, 가격 경쟁력 상품 잇단 출시 다이소, 플리스 외투·패딩 베스트 파격가 5천원 내놔 내달 롯데마트 월드컵점 300평 규모 리퍼브샵 오픈도 양시원 기자

2023년 11월 23일(목) 20:42

고물가 속 소비 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유통업계가 잇따라 가성비에 초점을 둔 상품 출시에 나서고 있다. 사진은 광주 북구 한 다이소 매장에서 문균복 씨가 가격이 5천원에 책정된 플리스 외투를 들여다보고있다.

“생활 전반에 걸쳐 지출이 대폭 늘어난 가운데 이처럼 저렴한 품목을 보면 횡재한 기분이죠.”

23일 오전께 방문한 광주 북구 소재 한 다이소 매장.

이날 이 곳을 방문한 가정주부 문균복(54)씨는 판매 중인 겨울용 플리스 자켓을 들어보며 이같이 말했다.

문씨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바로 파격적인 가격. 매장에서는 플리스 외투와 패딩 베스트를 만원의 절반인 단돈 5천원에 판매하고 있었다.

앞서 다이소는 지난 13일 가을·겨울(FW) 시즌을 맞아 플리스 외투와 패딩 베스트 등을 5천원에 출시했다. 비교적 가격이 저렴한 시중 제조·직매형 의류(SPA) 브랜드에서 동일한 품목을 2-3만원 선에 판매한다는 점과 견줬을 때 가격 면에서 크게 경쟁력을 점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지속된 고물가 속 소비 여력이 크게 줄어든 상황에서 유통업계가 소비 증진을 위해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에 초점을 둔 상품 출시에 공을 들이고 있다. 가격대에 민감한 소비자들의 진입장벽을 낮추기 위한 대안으로 풀이된다.

양말·티셔츠 등 간단한 의류만 판매하던 다이소가 겨울용 플리스와 패딩, 스포츠웨어 등으로 품목을 넓힌 것도 동일한 맥락이다. 최근 들어 가성비 의류 수요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다이소의 올해 1-10월 의류 제품 수는 전년 동기 대비 170%, 매출도 140% 급증했다.

편의점 GS25는 지난 22일 기존 컵라면 대비 중량은 22% 늘리고, 가격은 1천원 아래로 낮춘 자체브랜드(PB) 컵라면 ‘면왕’을 출시했다. 면왕(105g)은 면과 건더기를 넉넉히 넣어 중량을 기존 소컵 컵라면(86g)보다 늘렸고, 가격도 1천원 미만으로 편의점 최저가 수준에 맞췄다. 원부자재 가격상승을 이유로 라면업계가 지난해에만 수차례 가격 인상에 나섰던 것과 상반된 행보다.

GS리테일이 운영하는 슈퍼마켓 GS더프레시는 초저가 PB ‘리얼프라이스’ 상품을 현재 240종에서 내년 말 500종 이상으로 대폭 확대할 계획을 내놨다. 고물가 속 PB 매출이 크게 늘어난데 따른 것이다. 실제 리얼프라이스 상품은 올해 들어 10월까지의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8.8% 증가하는 등 고객들에게 큰 호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롯데마트는 ‘리퍼브(refurbished·재공급품)’ 상품에 주목했다. 리퍼브 상품은 매장에 전시됐거나 유통 과정 중 미세한 흠집이 생겨 반품된 것을 다시 정비해 저렴하게 판매하는 것을 말한다.

경기불황 지속으로 리퍼브 상품에 대한 수요가 커지자 롯데마트는 다음달 초 광주 서구 월드컵점에 300평 규모 리퍼브숍을 개장할 예정이다. 해당 매장에서는 TV, 전자레인지 등의 필수 가전을 비롯해 쇼파, 식탁과 같은 가구, 주방세제, 청소용품 등 다양한 리퍼브 상품을 최대 70% 이상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할 계획이다.

/양시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