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사회 속 ‘여성’ 그리고 ‘청년’으로 살아가기 ●‘아무와도 말하지 않기: Talking with nobody’…내년 3월27일까지 여성전시관 기획전 신민·조은솔·정혜인 3人의 작가가 말하는 청년여성 우울·불안 최명진 기자

2023년 11월 29일(수) 19:24

신민作 ‘Workers’

최근 몇 년 사이 여성들의 우울과 불안, 은둔과 고립에 대한 책을 자주 접하게 된다. 특히 이 책들에서 주로 다뤄지는 계층이 ‘청년’ 여성이라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가장 활발하고 무르익은 시기를 나타내는 ‘청년’이라는 단어 앞에 왜 상실이라는 단어가 붙는 것일까.

광주여성가족재단은 내년 3월27일까지 재단 3층 광주여성전시관 허스토리(Herstory)에서 기획전시 ‘아무와도 말하지 않기: Talking with nobody’를 개최한다. 전시 기획은 최영서 씨가 맡았다.

전시는 실제 불안과 우울을 겪는 이들을 만나 인터뷰해 그들의 불안이 야기되는 여러 요인들을 수집해 만들어졌다.

그들의 불안은 비슷할 수도, 각기 다른 형태일 수도 있지만 그 불안에서 나오고 싶다는 희망은 공통적이다.

전시 전반을 이루는 인터뷰 작업은 다양하게 편재돼 있는 이들의 불안을 함께 고민하고 더 나아가 그 안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을 찾아가는 데 목적이 있다.

기사, 인터뷰, 시각예술 작품을 통해 청년 여성의 불안 요인들이 나열된다.

그리고 이를 통해 관람객들은 여성들이 앓고 있는 정신질환과 심리적 불안이 결코 개인의 나약함이나 생물학적 원인에 있지 않다는 걸 확인한다. 우리 사회의 건강하지 못한 구조와 관행, 행동양식에 관심을 두게 된다.

참여 작가들은 각각 드로잉, 사진, 설치 작업을 진행하며 불합리한 사회구조 속 청년 여성으로서 경험했던 우울과 불안 요인들을 이야기한다.

종이로 만든 조각과 다양한 매체를 활용한 드로잉 작업을 지속해온 신민 작가는 자본주의 사회 속 서비스직에 종사하는 여성노동자로서 자신이 겪었던 현실과 부조리한 상황을 작품에 담아낸다. 특히, 여성 노동자가 다수인 저임금 고강도 서비스직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존재와 오랜 시간 지속돼 온 열악한 노동조건을 ‘머리망’에 투영한다. 이는 노동시장에서 여성이고 청년이기에 겪어야 했던 불합리한 상황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조은솔 작가는 회화 작업을 통해 탄생한 순간부터 맺는 관계들과 사회가 부여한 역할 속 맺어가는 관계를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 안에서 결핍된 관계의 근본적인 난점은 무엇이며, 어디서부터 오는지에 주목한다. 최근 작가는 시선을 넓혀 나와 사물, 나와 공간, 더 나아가 나와 나 사이 관계에 집중하고 있다.

조은솔 작가 작품 ‘우리는 갈라진 틈으로 쏟아져 나왔다’를 관람 중인 시민 모습.

정혜인 작가는 사진 매체와 공간, 사물, 인물이라는 요소를 통해 불안정한 사회적 환경과 제도 속 청년 여성 1인 가구가 겪는 불안을 다루고 있다. 그는 이전에 자신이 살았던 주거 공간을 다시 방문해 그 공간과 오브제를 앵글에 담음으로써 불안정했던 과거 감정을 나타낸다. 불안을 야기하는 원인을 정확히 꼬집고, 그 안에서 당당히 빛나는 자신을 발견해낸다.

김태선 광주여성가족재단 성평등문화팀 과장은 “전시에서 제안하는 것은 결국 제목인 ‘아무와도 말하지 않기’와는 완전히 반대의 행위다”며 “청년 여성들이 사회를 살아가며 겪는 우울과 불안은 결코 그들의 탓이 아니다. 이번 전시는 미처 말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서로 나눔으로써 긍정의 힘을 전달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명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