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형문화재 19人…그윽한 자취를 따라서 광주역사민속박물관 기획전 ‘生 : 무형과 유형 사이’ 총 4부 구성…기·예능 보유자 고고한 예술세계 다뤄 최명진 기자

2023년 11월 30일(목) 19:23

지난 29일 광주역사민속박물관 기획전 ‘生 : 무형과 유형 사이’ 개막식에 참여한 참가자들이 ‘천연염색 스카프 매듭풀기’로 행사의 시작을 알렸다.<광주역사민속박물관 제공>

‘무형이 유형을 낳는 것은 명백한 것이다(無刑而生有形亦明矣)’

중국 고대 백과사전인 ‘회남자’에는 이같은 문구가 실려있다. 눈에 보이는 것의 작용은 보이지 않는 힘을 원천으로 한다. 눈으로 보이지도, 손으로 만져지지도 않는 무형의 행방을 찾아보며 그 가치에 한발 더 다가설 수 있는 전시가 마련됐다.

광주역사민속박물관은 오는 12월 28일까지 기획전 ‘生 : 무형과 유형 사이’를 연다.

이번 전시는 내년 국가문화유산법 시행에 앞서 무형문화재의 문화유산적 가치를 향유하고자 마련된 자리다.

총 4부로 구성된 전시는 광주시 무형문화재 기·예능 보유자 19명의 곧고 굳은 삶의 여정을 오롯이 담아내고 있다.

먼저 1부 ‘무형문화재를 이해하기 위하여’ 섹션에서는 1962년 문화재보호법 제정과 시행 이후 숱한 개정의 과정을 들여다볼 수 있다.

우리 시 기능분야 무형문화재를 소개하는 2부 ‘기술을 잇고’에서는 총 10명의 기·예능 보유자의 예술세계를 만나본다.

부처의 얼굴을 그리는 탱화장 송광무의 달마도 그림을 비롯해 최영자·이애섭·민경숙 남도의례음식장 요리 솜씨를 엿볼 수 있는 영상 자료들이 눈에 띈다.

또 다양한 재료를 이용, 새로운 붓을 개발하는 데 힘써온 문상호 필장과 4대를 이어 붓을 만들어온 안명환 필장의 각양각색 붓들을 살펴볼 수 있었다.

오동나무를 통째로 파 한 판의 악기로 제작하는 이춘봉 악기장과 10년간 뜸 들이는 과정을 거친 나무를 이용해 악기를 제작하는 이복수 악기장의 이야기에서는 이들의 장인다움이 다시 한번 느껴진다.

전통 건축물 장인 박영곤 대목장은 법주사 팔상전을 1/10 크기로 축소한 목재 모형을 전시장 한가운데서 선보이는데, 모형은 뒷쪽 절반이 잘려있어 탑의 구조를 온전히 참고할 수 있도록 했다.

박영곤 대목장의 목재모형.

오랜 시간 전통 가구를 만들어온 조기종 소목장의 책상은 옛날 왕비들이 타는 가마의 아름다운 곡선을 살린 것이 특징이다.

3부 ‘예술의 연원을 찾아’에서는 예능 분야 무형문화재들의 소리 한마당이 펼쳐진다.

박화선 남도창 동편제 판소리 춘향가, 이임례 판소리 강산제 심청가, 방성춘 판소리 춘향가, 이순자 남도판소리 춘향가, 김선이 남도판소리 동초제 흥보가, 최연자 남도판소리 강산제 심청가, 문명자 가야금병창, 이영애 가야금병창, 황승옥 가야금병창이 전시장 곳곳에 설치된 스피커를 통해 흘러 나온다.

전시장을 빠져나오는 길목에 마련된 4부 ‘전통에 다가서다’는 잊혀지지 않는 전통의 이름을 다시 한번 되새겨볼 수 있는 공간으로 마련됐다.

전시를 기획한 김신혜 학예연구사는 “과거와 현재를 잇는 사명감으로 어려운 길을 외면하지 않는 분들이 많다. 이들은 끊임없는 자기 반성과 노력으로 자신을 증명해낸다”며 “무형문화재들이 밝힌 인간다움의 길에서 전통의 이름은 아름답고도 힘차게 불려질 것이다”고 밝혔다.

/최명진 기자